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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최종발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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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태 [dldydxo] 쪽지 캡슐

2000-03-16 ㅣ No.778

이 글은 mnsp 성 바오로 선교넷 에서 펏습니다.

보다 보니 생각할만한 글이라는 생각에....

대희년의 전대사에 관하여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되는 군요.

전대사란 죄에대한 완전한 끊음... 즉 죄로부터 자유로와질때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누구라서 과연 죄로부터 자유로와 질수 있을까요...

 

얼마전에 들은 가톨릭 스카우트 지도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모든 고뇌와 힘듬의 답은 성서에 다 있다고...

 

최종 발언권

♣ 최종 발언권

 

 

             ☆ 제 잘못을 감추고 잘될 리 없다.

             제 잘못은 실토하고 손을 떼어야 동정을 산다.

             잠언 28, 13 ★

 

 

             어느 날, 영원하신 하느님의 품 안에서 하늘 나라의 자비와 하

             늘 나라의 정의 사이에 이상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앞으로

             보면 알겠지만 대화라기보다 논쟁에 가까웠다.

             쟁점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즉 최후 심판의  날, 각 사람은 전

             지전능하신 하느님 앞에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때에 마

             지막 판단을 내리는 데에 과연 하느님의 어떠한 속성이 결정적

             인 발언을 할 것인가? 하느님의 정의일까, 아니면 하느님의 자

             비일까?

             다시 말하면, 피할 수 없는 심판을 확정하는 데에서 최종 발언

             권이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분명히 최종 발언권은 내가 갖게 될 거야.”

             정의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럴 만한 이유라도 있는 거니?”

             자비가 명랑하게 말했다.

             “한 치의 착오도 없는 응분의 벌을 내리는 것이야말로 진리가

             갖춰야 할 필요 충분조건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또 우리의 주

             님이신 하느님은 모든 만물의  궁극적인 진리이시기 때문이지.

             ”

             자비는 입을 열기에 앞서 주저했다.  울컥하기 쉬운 성미를 가

             진 친구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정의가 조금 전

             에 한 말을 이해할 수 없어서 자비는 조심스레물었다.

             “괜찮다면 진리에 대해서 다시 설명해 주겠니?”

             정의는 다소 우쭐해져서 말했다.

             “괜찮고말고. 생각해 보면, 자비는 진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거

             야. 자비를 보인다는 것은 죄악과의 타협,  범죄의 용인을 뜻하

             니까. 다시 말하면, 선한 사람에게 선한 행위에 대한 보상을 주

             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지. 그것이 바로 진리이고

             정의야. 그렇지만 죄인에게까지 자비를 베풀어 하늘 나라에 들

             여보내 준다면 부당한 짓이야. 진리와도 거리가 멀고 정의롭지

             못해.”

             자비는 친구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정의의 관점은 논리적이

             고 시종일관해서 논박할 여지도 없어 보였다. 하느님이 어떻게

             엄격히 따져 볼 때 정당하지 않은 것을 허락하실 수 있겠는가?

             의기양양해진 정의는 한층 목소리를 높여 계속해서 말했다.

             “너도 잘 아다시피, 현재의 인간  세상에서 응분의 벌이란 말

             은 유명무실해. 범죄자의 숫자는 늘어만 가고, 도둑들이 횡행하

             고, 온갖 폭력배들이 난무하고  있어. 뇌물로 배부른 정치가들,

             남을 속여 부자가 되는 장사꾼들, 그리고….”

             “알아, 알아.”

             자비가 정의의 말을 가로막고 나섰다.  수도 없이 들은 장광설

             을 또 듣고 싶지 않아서였다.

             “네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고의로  죄를 짓는다면 그에 상응

             하는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

             정의는 공공연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순순히 승리를 양보해 주니  고맙구나. 물론 때가 되

             면 너를 시켜서 형벌 완화조치를 취할 거야. 그러나 이젠 너도

             이해했겠지만 최종 발언권은 내게 있는 거야.”

             자비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위와 같은

             정의의 결론이 겉으로는 아무리 논리  정연해 보일지라도 자비

             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느님의 구원계획은 전부가 처음

             부터 끝까지 그분의 자비하심에 근거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불순종하는 이스라엘을 정의의 칼로 치신 것도, 이스라엘의 회

             개를 촉구하며, 마침내 깨닫고 뉘우치는 백성들에게 자비를 베

             푸시기 위함이었다. 각 사람들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과거의 죄

             가 어떠하든 누구든지 하느님의 자비를  입을 수 있다. 엄격한

             정의의 법칙은, 여전히 죄악을 버리지  못하고 죄 많은 과거에

             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오만불손한 태도를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만 해당된다. 자비는 그렇게 확신하였고, 한시도 자신의 정당한

             위치를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정의에게 이를 납득시킬 만한

             설득력 있는 논리를 찾아야 했다.  이것은 순전히 전략상의 문

             제였다.

             드디어 자비에게 한 영감이 떠올랐다. 이제  방법을 알았다. 정

             의의 노선을 따름으로써, 즉 정의와  같이 냉정한 논리를 취함

             으로써, 최후 심판석에서의  최종 발언권은 엄격한  정의도, 그

             밖의 다른 그 무엇도 아님을 확증해 보이리라.

             “아니야, 난 승리를 양보한 게 아니야.”

             자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쉽게 이겼다고 좋아하던 정의는 당황했다. 다시 원점

             으로 돌아가 논쟁이 계속되었다.

             “무슨 뜻이야? 고의로  죄를 짓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방금말했잖아.”

             “그랬지. 그렇지만 모두가 고의로 죄를 짓진 않아.”

             자비가 부드럽게 말했다.

             정의는 이제 안달이 나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런 수수께끼 같은 말은  그만두고 도대체 무슨  뜻인지 딱

             부러지게 설명을 해봐.”

             자비는 달래듯이 말했다.

             “그래, 내가 너무 간단하게 말해서 미안하다.  내 말뜻은 자기

             죄를 뉘우치는 사람, 자기 죄를  통회하고 고백하는 사람은 더

             이상 죄인이 아니라는 거야. 자기의 죄를 미워하고 부끄러워하

             고 역겨워하기 때문에 더  이상 그 죄와  상관 없는 사람이지.

             그는 죄악의 올무를 벗어던진 거야.  모르고서 몸에 해로운 것

             을 삼켰을 때 얼른 토해 내듯이….”

             “그래서?”

             정의는 어쩐지 자기 칼에 자기가 찔릴 것  같은 불안한 기분이

             되어 물었다.자비는 자연스레 말을 이었다.

             “그래서 자기가 지은 죄를 물리치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더 이상 죄인이 아니므로, 정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그를 처벌

             할 이유가 없는 거지. 그에겐 자비를 베풀어야 해. 이것은 사실

             그가 새 사람이 되었음을  객관적으로 인정해 주는  데 지나지

             않아. 다시 말하면, 아무리 끔찍한 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

             것을 진정으로 통회한다면 그에게는 자비가  최종 발언권을 행

             사하게 될 거야.”

             “아주 근사하군, 근사해. 근사한 말이야.”

             화가 난 정의가 으르렁거렸다. 바로  그때 그에게도 영감이 하

             나 떠올랐다. 그는 갑자기 달려들어 먹이를 움켜잡는 사자처럼

             소리쳤다.

             “그러면 뉘우치지 않는 죄인은 어쩌지? 최후의 심판이 벌어지

             는 바로 그 시각까지도 자기 죄를 끊지  못하고 연연해하는 진

             짜 죄인은 어떻게  하느냐고? 그들에게는 내가  최종 발언권을

             행사해야 할 것 같은데?”

             자비는 마지막 반론을 펼 준비를 했다. 그는 생각에 잠겨 이렇

             게 말했다.

             “좋은 질문이야. 하지만 더 좋은 질문은  이거야. 십자가에 못

             박혀 피흘리시는 그리스도를 보고도 꿈쩍도  하지 않고 영겁의

             세월을 죄악에 집착하는 인간이 과연 있을까?”

             정의는 멈칫했다. 이의를 제기하고 반박하고  싶었다. 어떻게든

             그런 얼토당토않은 말을 되받아치고  싶었다. 엉뚱한 예수님의

             피와 사랑, 죽음의 논리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완벽한 사

             고 체계를 내세우고 싶었다. 그렇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자

             비의 질문에 대답이 궁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인간

             에게 주어진 자유의지가 제  궤도에 서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사실 모든 일이 다 가능해진다. 자비가 베풀어

             지는 한, 이론상 영원한 멸망이란 있을 수 없다. 지옥으로 떨어

             진 악마에게도 자비는 끊임없이 베풀어지고 있다. 다만 그들이

             그렇게 불구덩이에 빠져 있는 까닭은 그들 스스로 언제나 자비

             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비의 말대로 될 것이다. 인

             정사정도 없는 정의가 어떻게 본질상  사랑이신 하느님을 이길

             수 있겠는가?

             정의는 자비를 향해 약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말이 맞다. 최후의 심판날에  최종 발언권은 네게 돌아갈

             거야.”

             용감하게 항복을 선언한 정의에게 자비는  따뜻한 웃음을 보내

             며 서둘러 말했다.

             “네 말을 좀더 정확하게 수정해 볼까? 사실 우리 둘 누구에게

             도 그런 절대적인 문제에  대한 최종 발언권은  주어지지 않을

             거야. 자비냐 정의냐를 선택하는 최종 발언권은 사람들 각자에

             게 있다고 생각해. 하느님은 끝까지 각 사람의 결정을 다 존중

             해 주실거야.”

             자비는 열정적인 어조로 덧붙여 말했다.

             “우리 둘이 마음을 모아 기도하자. 단 한 사람도 영원히 베풀

             어지는 자비를 영원히 거절하지 않기를….”

             “아멘, 진실로 아멘.”

             정의가 말했다.

             이제 둘이는 손을  맞잡고, 한마음이  되어 인간의 구원사업에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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