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결식 아동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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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원 [wagostino] 쪽지 캡슐

2001-05-07 ㅣ No.4572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 입니다. 매번 어린이 날에 선물을 받고 자신들에게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주어져야만 생각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잠시 이러한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생각을 하였으면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올립니다.

 

저는 중학생입니다. 그러나 저는 초등학생인 동생과 단 둘이 살고 있는 가장이기도 합니다. 알콜중독자인 아버지는 어머니와 저희 두 형제를 하루가 멀다하고 때렸고, 결국 어머니는 그러한 아버지와 우리들을 버리고 어느 날 집을 나갔습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아버지는 예전보다 술을 더 자주 드셨고 언제부터인가 아예 집에도 들어오지 않으셨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하여 체격이 작고 힘도 없는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많은 일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일을 한다고 해도 돈을 조금 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밥 굶기를 다른 사람들 밥먹듯이 하면서 살 수 밖에 없었던 저는 그러한 작은 돈이라도 벌기 위해서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쌀이 없어 아침을 굶고 학교에 가면 기운이 없어 공부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점심식사 시간이 되면 저는 조용히 교실에서 빠져나와 수도에 입을 대고 물을 들이켜서 허기진 배를 채웠고, 학교가 끝나면 저녁도 먹지 못한 채 곧장 공사장으로 가서 잡일을 도와 그곳에서 받은 돈으로 쌀을 사곤 했습니다. 그래도 공사장에서는 저녁을 주었기 때문에 저는 일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하루는 일을 하여 받은 돈 2만원으로 쌀도 조금 사고, 모처럼 동생이 좋아하는 만두도 한 봉지 사들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방에 들어가니 동생이 처음 보는 냄비를 앞에 두고 활짝 웃으며 "짠"하면서 그 냄비 뚜껑을 열었습니다. 냄비에는 물기가 하나도 없이 불을데로 불은 라면이 있었습니다. 동생에게 라면을 살 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저는 그 냄비를 발로 걷어차고 동생이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너 이 자식 누가 도둑질하라고 했어. 누가 도둑질하라고 했어" 이렇게 소리치면서 동생을 때리고 있을 때, 주인 집 누나가 조용히 방문을 열고 말했습니다. "왜 그래. 네 동생이 점심도 굶고 혼자 있길래 내가 라면 하나 끓여줬는데..." 그 말을 들은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동생은 "형 오면 같이 먹으려고 그랬는데... 먹고 싶어도 뚜껑 두 번 밖에 열어보지 않았는데..."라고 말하며 울면서 쏟아진 라면을 손으로 다시 냄비에 주워담았습니다. 저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그냥 너무나도 서러워서 동생을 끌어안고 목놓아 울었습니다.

얼마 후 공사장에 일을 하러 가는 날 동생에게도 따뜻한 쌀밥을 먹이고 싶어서 저녁 식사시간 때쯤 동생과 시간 약속을 하였습니다. 동생이 오면 식당에 같이 데려가려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도 동생은 오지 않았고 결국 저는 혼자서 식당에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날은 아주머니가 닭죽을 주셨는데 고기 많이 먹으라고 하면서 제 그릇에 닭고기를 몇 덩어리 더 넣어주셨습니다. 그러나 혼자서 굶고 있을 동생을 생각하니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 흐르는 눈물을 참으면서 그냥 식당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 소년 가장이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 앞으로 보낸 자신의 사연의 일부분입니다. 아주 옛날 이야기도 아니고, 멀리 가난한 나라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이렇게 미사를 하고 있는 바로 지금, 그리고 우리가 두 발로 서있는 바로 이 한국이라는 조그만한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러한 이야기는 어느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만 들립니다.

어느 보육원에서 기자가 "무슨 반찬이 가장 먹고 싶어요?"하고 묻자, 아주 작은 목소리로 "계란말이..."라고 대답하던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풍요로운 생활 안에서, 우리가 잊고 있고 또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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