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동성당 게시판

지나간 바람은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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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민 [h-mingo] 쪽지 캡슐

1999-07-23 ㅣ No.260

얼마 전이었지요.

낯선 번호가 호출기에 적혀있더군요. 051로 넌지시 적혀있던 번호....

오랜만에 군대에서 알았던 친군줄 알았습니다. 미안하게도 말이지요.

하지만 1년 5개월만에 연락한 그 사람이었습니다.

 

나 : '여보세요?, 호출하신 분 좀 부탁합니다.'

그 사람 : '나야......'

나 : ............

나 : '왜?'

그 사람 : '잘 지내나 해서..'

나 : '잘 지내'

나 : '너는?'

그 사람 : '나도 잘 지내.'

...........

나 : '그럼 잘 지내.'

그 사람 : '너두'

 

  언젠가 영화를 봤습니다. 이와이 슈운지의 'LOVE LETTER' 그 속에서도 시작과 끝을 연결짓는 고리는 '잘 지내고 있나요'라는 몇 글자였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부터 좋아하게 된 김경호의 '비정'이란 노래도 그런 가사더군요.

(그래선지 아마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단지 인사말 하나

때문에.....

 

  이 말 속에는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상처, 아픔의 기억을 지우려는 사람과

그 상처, 아픔의 기억을 주고 떠난 사람들의 가슴 한 켠으로 밀어둔 일기장 속

글들이 모두 들어있나 봅니다.

 

끝내는 '잘 지내'라는 인사말로 맺어버릴 수밖에 없듯이..............

 

결국 일기장을 건네주지는 못할 테니까요.

그 사람에 대한 모든 생각들을 적었지만

이젠 버리지도 다시 펴볼 수도 없는,

애꿎은 책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게된....그...기억속의.... 일....기....장 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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