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동성당 게시판

그냥, 편히 대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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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CHOIMARY] 쪽지 캡슐

2000-02-15 ㅣ No.393

 

 

 

그냥,  편히 대해 주십시오

 

 

담장 옆 엄마 나무에 아기 둘이 생겼습니다.

아가 나눔 둘은 솜털처럼 자란 뿌리에, 가는 두 팔을 쭉 뻗고,

콩알만한 잎을 하나씩 걸쳤습니다.

어느 날 주인님이 형아 나무를 데려갔습니다.

주인님은 작은 종지에 흙을 담고 형아 나무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철사로 어린 형아 나무를 꽁꽁 조여 댔습니다.

"하하,  예쁜 분재가 될거야.  어릴 때부터 잡아 줘야 하거든...."

창가에 놓인 형아 나무는 담장 밑에 남겨둔 동생 아가나무를

보고 싶었습니다.

목을 내밀고 보려 했지만 꽁꽁 묶인 형아는 동생 아가 나무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주인님은 잘 크라고 매일 매일 물을 줬지만 형아 나무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몸이 약해졌습니다.

 

한편,  담장 밑에 있는 아가 나무는 쑥쑥키가 자랐습니다.

형아 나무가 있는 창가를 들여다볼 만큼 키가 커졌습니다.

"형아!"

키가 자란 동행 아가 나무가 형아 나무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형아 나무는 고개를 떨군 채,  바싹 마른채,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새도,  강아지도,  채송화 한 송이도,  아가 진달래 한 그루도

그리고 작은 붕어 한 마리도....

생명이 있는 것이면

그냥 그냥 마음대로 자라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습니다.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 더구나 생명이 있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을

달달 볶지 마십시오.

그냥 편히 대해 주십시오.

 

 

어제가 바렌타인 데이 였습니다.

서로에게 사랑을 주고 받으셨는지요.

물건을 주고 받아서가 아닌 가슴으로 사랑하십시요.

항상 마음이 따듯한 청년들이 되시기를 빕니다.

 

노량진에서 최은영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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