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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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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환 [joseph.k] 쪽지 캡슐

2000-06-23 ㅣ No.583

흐르는 강물처럼

 

 

 

 

그대와 나 오랫동안 늦은 밤의 목소리로

 

혼자 있음에 대해 이야기해왔네

 

홀로 걸어가는 길의 쓸쓸한 행복과

 

아무에게도 다가가지 않고 오직 자기 내부로의 산책으로

 

충분히 깊어지는 나무 그늘의 향기,

 

그대가 바라보던 저녁 강물처럼

 

추억과 사색이 한몸을 이루며 흘러가는 풍경들을

 

서로에게 들려주곤 했었네

 

그러나 이제 그만 그 이야기들은 기억의 저편으로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네

 

어느날인가 그대가 한 사람과의 만남을

 

비로소 둘이 걷는 길의 잔잔한 떨림을

 

그 처음으로 내게 말해주었을 때 나는 다른 기쁨을 가졌지

 

혼자서 흐르던 그대 마음의 강물이

 

또 다른 한줄기의 강물을 만나

 

더욱 깊은 심연을 이루리라 생각했기에,

 

지금 그대 곁에 선 한 사람이 봄날처럼 아름다운 건

 

그대가 혼자 서 있는 나무의 깊이를 알기 때문이라네

 

그래, 나무는 나무를 바라보는 힘만으로

 

생명의 산소를 만들고 서로의 잎새를 키운다네

 

친구여, 그대가 혼자 걸었던 날의 흐르는 강물을

 

부디 잊지 말길 바라네

 

서로를 주장하지도 다투지도 않으면서, 마침내

 

그대도 그대와 그대가 사랑하는 사랑의 마음이

 

하나로 스며드는 곳에서 삶의 심연을 얻을 거라 믿고 있네

 

그렇게 한 인생의 바다에 당도하리라

 

나는 믿고 있네

 

 

 

- 유하 -

 

 

 

 

 

 

 

이 시는 아주 절친했던 친구의 사랑을 축하하는

 

우정의 시인것 같습니다.

 

홀로 걸어가는 길의 쓸쓸한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친구라면 일생을 두고 만나기 쉽지 않을테지요.

 

그런 친구에게 찾아온 사랑이 어쩌면

 

시인의 가슴 한 구석에선 쓸쓸한 일이었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기억의 저편으로 떠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건 그 때문이 아닐지요.

 

하지만 서운한 마음은 잠시겠지요.

 

두 사람이 함께 인생의 바다에 당도 하길 바라는

 

마음은 작은 서운함을 뛰어 넘는 것일테니까요.

 

인생의 외로움을 아는 사람이 만난 사랑이라면

 

그 사랑도 남다를것 같습니다.

 

아마 시인의 축복처럼 혼자 서있는 나무의 깊이만큼이나

 

사랑하며 아끼고 살아가지 않을까 합니다.

 

사랑의 깊이는 외로움의 깊이와 같으니까요.

 

지금 외롭다면 외로움이 가져다 주는

 

슬프고 허전한 마음에 기댈게 아니라 시에서의

 

두 사람처럼 내 안으로의 여행을 떠나봄은 어떨런지요.

 

내 안에서 나를 기다릴 우거진 숲과 그 안을

 

흐르는 강의 언어에 귀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외로움의 시간이 방황이 아닌 사색이 시간이 될 때

 

우리가 만날 사랑도 그만큼 깊어지겠지요.

 

--- 출처 : 칼럼 시가 있는 아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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