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오늘 나에게는 이런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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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의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습니다.
저희집 앞의 굉장히 안 오는 (20분 마다 다니는 시외버스같은) 13-1번을 기다린면서 서 있었습니다.
기운도 없는데... 버스마저 안 오는 상황.
비온 후라서 그런지 더 따가운 햇살....
그런데 저쪽에서 누군가 절 알아보고 인사를 하더군여.
누군가?? 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나 봐여. 그래서 한참 쳐다보고 있었죠.
동네에서 초등학생인 아이가 인사하면 아 성당 주일학교 애들인가 보다 그런 생각....
제 생각이 맞았겠지요??
제가 맡았던 전례부 아이였거든여.
그 아이 절 보면서 그다지 표정이 밝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하면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말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선생님이 너희들과 같이 놀러가자고 그래놓고...."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그 약속 지키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어서..."
가장 맘에 걸리는 일.
그건 우리 3학년 아이들과 전례부 아이들과의 약속이었는데. 제 자신의 무책임함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전에 이 아이를 동네에서 만난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저에게 활짝 웃으면서 인사를 했었는데...
그 아이의 표정을 보면서 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제가 부족한 탓에 아이들에게 많은 상처를 남겨 준 것 같습니다.
잊고 싶었는데...(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이든지 섣불리 시작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항상 마음만 앞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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