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그 겨울골목의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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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희 [jifuco] 쪽지 캡슐

2001-02-04 ㅣ No.1821

 

 

                        '그 겨울골목의 반성문'

                         

                         

                        아랫도리 얼얼하게 쏘는

                        겨울 골목을 지나며

                        때늦은 반성문을 쓴다

                         

                        나 살아온 날

                        가슴에 너테가 끼는 줄도 모르고

                        한없이 두꺼워진 얼굴로

                        누구에게 쉬 뜨거워 지지도 못하는 나는

                        아직 부끄럽게 살아있다

                         

                        예전엔 나도

                        단 한 번의 뜨거운 사랑

                        때론 붉은 혹 이파리였다

                         

                        너무도 그리운 누군가가 있어

                        저 가로등

                        저 골목에

                        등 기댄 꽃나무처럼

                        뿌리째 흔들려 본적이 있다

                        꽃대 처럼 아파해 본적이 있다

                         

                        이제 더이상

                        꽃 피우지도

                        꽃대에 피 묻히지도 않는

                        빳빳하게 굳은 어른이 되어

                         

                        아주 길게 늘어난 겨울

                        가슴 속 얼어붙은 골과 목을

                        생각해본다

                         

                        오늘 나 뜨거운 사람인가

                        반성문 쓰고

                        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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