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중고등부]미운나라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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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SokKu,Lee [nikolas9] 쪽지 캡슐

1999-09-12 ㅣ No.1227

얼마전 권희로씨가 한국으로 돌아오셨다. 그 때 내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일본놈', '쪽바리' 등의 표현이 주로 일본인들을 지칭하는 발언이었다. 비단 그 당시만이 아니다. 보통 일본인들은 위의 표현으로 자주 언급된다. 학교 다닐 때(문화인류학 시간) 이 세상의 모든 나라나 민족은 스스로를 높이는 존대호칭으로 부르는데, 가까이 있는 타국일수록 얕보는 경멸호칭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고 배웠다. 예를 들면 일본의 토착민족인 아이누족은 자국인을 '사람'이라고 부르는 대신 일본인들을 '곰' 이라고 부르며 에스키모족은 자신을 이누이트(인간)라 부르는 대신 남들로 부터는 에스키모 (날고기를 먹는 야만인)로 불리운다. 독일(Deutsch)이란 나랏말의 뿌리도 인간이란 뜻이다. 중국인들은 자국을 세상의 중심이라 하여 중화라고 부르고 일본인들은 자국을 해뜨는 근원지라고 해서 일본이라고 부른다. 그러면서 타국에 대한 호칭에 대해서는 악의가 등등하다. 중국에서는 일본을 난장이란 뜻인 '왜(倭)'라고 부르고, 서양사람을 붉은 털난 악마란 뜻인 '홍모귀(紅毛鬼)' 죽음을 뜻하는 '백면귀(白面鬼)'라고 불렀다. 또한 러시아인들을 '대비자(大鼻子)' 나 '노모자(老毛子)'라 부른 것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우리 한국사람들이 중국인들을 돼지를 의미하는 '되놈'이라하고 청나라 사람을 '오랑캐'라고 부른 것이며, 서양사람들을 원숭이나 승냥이, 늑대라 하여 '미로랑'이라 불럿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배웠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슬라브족의 슬라브는 로마사람들이 부르던 노예란 말이 그 뿌리이다. 스페인에서 아이 울음을 달랠 때 '노르웨이 사람이 온다'고 한다는 데 이는 해적, 즉 바이킹을 의미하는 것이다. 영국인들을 이웃 프랑스인들을 '개구리'라 얕부르고 프랑스인들은 독일인들을 돌대가리가 아닌 '나무대가리'로 부른다. 한편 이태리인들은 그리스인들을 '제반티니' 곧 '속임수 쓰는 사람'으로 부르고, 반대로 그리스인들을 이태리인을 '손버릇 나쁜 사촌동생'이라고 부르며 경시한다고 한다. 사실 이처럼 자국 자존과 타국 경멸의 뿌리 깊은 전통이 있어서 국제적, 외교적으로 두 나라의 관계를 호칭할 경우 자국을 위로 타국을 아래로 내리는 것이 관례다. (가령, 1884년 러시아와 체결한 조약을 우리는 한로조약, 러시아는 노한조약 등으로 일컫는다..) 그러나 자국과 관계없는 두 외국간의 관계를 호칭할 때는 적대나 증오의 국민감정이 덜한 쪽을 위로 올리고 더한 쪽을 아래로 내리는 철저한 자국본위 호칭을 고수한다. 일본 신문들이나 방송에서 한미정상회담은 미국을 앞세워 미한회담이라고 보도하면서 한러(구 소련)정상회담은 러시아를 내려 한러회담으로 일관되게 보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는 일본에 있어서 한국이 달가워서 위로 모신 것이 아니다. 러시아(구 소련)이 더 밉다는 국민감정을 읽을 수 있다. 아마도 1945년 8월9일, 중립을 약속한 소련이 돌연, 일본에 선전포고, 관동군 격파를 내세우며 패전을 가속화 시켰고 별로 희생도 치르지 않고 일본의 북방영토를 빼앗아간 데 대한 원한과 증오와 배신감이 복합된 때문일 것이다. 며칠전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이 터무니 없는 억지라며 우겨대는 모습을 tv에서 보았다. 어쩌면 부분적으로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언제까지 과거만 바라보고 살 것인가.. 화해와 협력의 시대라는 데.. 후후후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자신들도 그 정도의 원한과 증오를 못잊으면서 우리 한국사람더러 근 40년에 이르는 강점과 수탈을(역사적인 과거청산은 커녕 아직도 한국인에 대한 멸시와 차별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잊지 못하고 아직도 재일한국인 차별이니, 정신대 보상으로 물고 늘어진다느니 하며 투덜대는 일본인들의 배반된 심리가 못마땅해서 몇글자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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