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지하철 1호선을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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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0-02-24 ㅣ No.443

 

 그대 삶에 지치거든 지하철을 타라.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청량리에서 서울역까지 함께 부대껴 보라.

 

지하철 안팎에서 펼쳐지는 갖가지 풍경과 체취들은 우리네 삶의 가식없는 반사요, 메시지이다. 옆집,뒷집 이야기, 삼촌,고모, 이모네의 속내 일수도 있다.

 

서울역~청량리 구간.  화려한 거대 도시의 지하에 파묻혀 달리는 지하철 1호선.70년대 근대화의 상징인  지하철 1호선은 깨어진 꿈들이 실려 흔들리며 졸며 오늘도 달린다.

 

23일 저녁 동숭동 학전 소극장에서 하는 김민기 번안 각색의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보았다.

 

장장 2시간30분 짜리의 뮤지컬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사회성 번뜩이는  대사와 빠른 밴드 음악과 엇갈리는 삶의 파노라마들이 한바탕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가하면 재미와 함께 어느새 코끝이 찡해오는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희뿌연 매연이 내려앉은 신 새벽. 서울 제비족 애인의 아기를 뱃속에 품고 설레는 꿈을 안고  서울역에 내린 순진한  연변 처녀 선녀의 눈에 비친 이야기로 시작되는 뮤지컬은  민중 가수 애인에게 순정을 바치며 결코 다가가지 않는 창녀 걸레, 이혼 가정의 버려진 오렌지족 날탕 ,깡탕 아이들, 588번지의 영업 상무, 소매치기, 앵벌이등 ...외면하고픈  우리사회  밑바닥 인생의 이야기와 꿈들을  하나하나  건져 올려 엮어  감동과 함께  엄숙함마저 준다.

 

 누가 그들을 실패한 인생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아픔과 슬픔과 배신과  더러움과 너절함과 그 모든것이 모여 숨 쉬는 곳이 도시요, 총체적으로  인생을 이룸을  말해준다.

 

모든 인생은 스승이요, 각자 자기 앞의  삶은 소중하다는 새삼스런 일깨움과 대면케 한다. 그대 지하철을 타라. 그리고 흔들리며 부대끼며  

앞자리에 앉은 이웃의 눈길에서 인생의 고민과 아픔을 안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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