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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때밀이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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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홍 [clemenskim] 쪽지 캡슐

2007-03-21 ㅣ No.5833

한 소년이 아주 오랫만에 목욕탕에 갔다. 때가 너무 많아 혼자 힘으로 감당이 안되었기에 때밀이 아저씨에게 밀어달라고 하였다.
"아저씨, 때가 너무 많아 죄송해요."
"괜찮아, 내 일인걸"

한참 후에도 계속 때가 나오자 소년이 다시 말했다.
"아저씨 힘드시죠? 정말 죄송해요."
"아니야, 괜찮아"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때가 나오자 아저씨가 소리쳤다.
"넌 도대체 지우개냐?"

우리 몸의 때는 비듬처럼 스스로 만들어지는 게 있는가 하면 먼지처럼 외부에서 묻는게 있다. 매일 샤워를 하고 주기적으로 목욕탕에 다녀도 늘 때가 나오는데 마음의 때인 죄도 이와 비슷하다. 내 스스로 짓는 죄가 있는가 하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 때문에 짓는 죄가 있다. 방금 고해성사를 보고 어린 양처럼 깨끗이 되어 나와도 성당 마당에서 원수처럼 미운 사람을 보면 금방 마음으로 죄를 짓게 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은 누구나 그런 것 갔다.

목욕탕에서 때를 미는 값은 입장료보다 몇 배나 더 비싸다. 만약 어떤 주인이 때를 거져 밀어 준다고 하면, 공짜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릴 것이다. 그러나 우린 벌써 그런 공짜 서비스를 받고 있다. 어느 고해소가 입장료를 받으며 어느 신부님이 상담료를 받으시는가. 게다가 "이렇게 기도하십시오. "저렇게 생활하십시오." 하며 좋은 말씀까지 해 주시니 이건 때 밀고 나서 '공짜 마사지다.' 물론 하느님 혼자 힘으로는 벅차시니 '신부님'이라는 도우미(?)를 두고 마음의 때를 밀어 주시는 거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으니까 특별히 일년에 두 번 반장님을 통해 판공성사표라는 "무료초대권"을 나눠 주시고 겨울철에는 달력까지 사은품으로 끼워 주신다.

사람에게는 몸과 마음이 똑같이 소중한데 남에게 보이는 몸은 자주 씻겨 주면서 보이지 않는 마음에게는 너무 무관심한 건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부모님 손에, 남편이나 아내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고해소에 들어가지 말고 언제든 환영받는 하느님의 목욕탕에 자주 가자. 더 놀라운 사실은 세례를 받을 때 우리는 이미 "평생 무료 회원권"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안받으셨다고? 지금 당장 지갑을 열어 보시라. 참, 가방 속의 지갑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지갑을 말이다. 분명 그 안에 자신의 세례날에 발급된 회원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월간 -그대 지금 어디에-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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