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사랑하는 어머니께(마리아 탄신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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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1-09-08 ㅣ No.7393

 

 

2001, 9, 8  동정 마리아 탄신 축일 복음 묵상

 

 

마태오 1,18-23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이러했다. 그의 어머니 마리아는 요셉과 청혼했는데 그들이 동거하기 전에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롭고 마리아(의 일)을 폭로하기를 원치 않았으므로 남몰래 그를 소박하기로 작정하였다.

 

요셉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마침 꿈에 주의 천사가 나타나서 그에게 말했다. "다윗의 아들 요셉,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 아내 마리아를 데려가시오. 그 속에 수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터이니 당신은 그 이름을 예수라 하시오. 사실 그는 자기 백성을 그 죄에서 구원할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주께서 예언자를 시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려는 것이었으니,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묵상>

 

아래의 글을 쓴 분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성모의 밤 행사에 낭독했던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모님을 때로는 가장 친근한 어머니로 느끼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경우 너무 신비롭게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저 성모님에 관해 선포된 믿을 교리의 테두리 안에서 딱딱하게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성모님에 관한 믿을 교리 이전에 좀더 따뜻한 신앙인의 어머니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오늘의 묵상을 대신해서 올립니다. 오늘 하루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성모님과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면서...

 

 

사랑하는 어머니께...

 

언제부턴지 당신 앞에서 살며시 웃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가만히 서서 당신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당신께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제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듣고 계심을 아는 까닭입니다.

당신은 항상 같은 자리에 늘 서 계심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꼭 힘겨울 때만 당신의 모습이 보이는지요.

아주 소중한 것은 문득문득 깨달아진다는 글귀가 생각납니다.

물이나 공기가 그렇고 가족이 그렇고 부부가 그런 것이라는데…

어쩌면 당신 역시 저희의 가장 소중한 분이시기에

당신의 소중함을 아주 가끔씩만 깨달아지게 되나 봅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의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고

속상한 마음에 할머니께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조용히 제게 할머니의 어머니 얘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할머니께도 분명 어머니가 있었던 것입니다.

순간, 이제껏 생각해보지 못한 드넓은 세계가 느껴져 폭풍우처럼

제 맘속에 부딪치고 또 부딪쳐와 한없이 가슴을 어루만지고만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의 어머니…

바로 그 수많은 어머니들의 끝은 바로 당신이 아닐까요.

이렇게 저희 모두는 당신께로부터 왔고 또 이렇게 당신께로

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당신 앞에서는 항상 두 손을 모으게 되고,

마음을 모으게 되고 생각을 모으게 됩니다.

하지만 당신께 드리는 기도는 언제나 바램들 뿐이었습니다.

오늘은 노오란 색종이 한 장 펼쳐들겠습니다.

당신께 감사드리는 모든 것들 하나하나 적은 뒤에 비행기 접어 날려보렵니다.

5월을 보내며, 다시 오지 않을 하루하루를 보내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이웃을 돌아보며 이 작은 마음을 조심스레 당신께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저희 모두 당신앞에 놓인 수만송이 장미중에

단 한송이 장미꽃이 되기 위해 여기 모였습니다.

너와 나 한잎 한잎 꽃잎이 되어, 기쁠 땐 함께 피어나고,

함겨울 땐 더욱 단단히 서로를 껴안으며, 늦은 가을 바람앞에서도

함께 떨어질 줄 아는 단 한송이 꽃이 되겠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지난 어버이날에는 당신께 꽃 한송이 바치지 못했습니다.

이제 저희 모두는 한 송이 꽃이 되어 당신 앞에 온전히 바치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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