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우리는 이미 도착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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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08-01 ㅣ No.5199

 

 

여기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비엔호아에 있는 정신 병원에 더 없이 정상적으로 보이는 한 환자가 입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먹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옥수수 낟알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닭을 볼 때마다 필사적으로 도망을 쳤다. 그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간호사가 이 사실을 의사에게 보고하자, 의사가 그 환자에게 말했다.

“이것 보세요, 당신은 옥수수 낟알이 아닙니다. 당신은 인간이에요. 눈과 코와 팔을 가진 인간이라구요.”

의사는 훈계하듯 말하고 나서 마침내 이렇게 물었다.

“자, 이제 당신이 누구인지 내게 말해 주겠소?”

남자가 대답했다.

“의사 선생님, 저는 한 사람의 인간입니다. 절대로 옥수수 낟알이 아닙니다.”

의사는 그의 말을 듣고 무척 기뻤다. 그는 자신이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확실히 치료하기 위해 의사는 남자에게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말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인간이다. 나는 옥수수 낟알이 아니다.”

의사는 그 문장을 하루에 4백 번씩 말하고, 종이에다 3백 번씩 쓰게 했다. 남자는 하루 종일 그 일에 매달리느라 밖으로 나갈 시간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병실에서 의사가 하라는 말을 그대로 때라하고, 또 종이에게 적었다.

한 달 뒤, 의사가 그의 병실에 들르자 간호사가 보고했다.

“이 환자는 아주 잘하고 있어요. 병실에만 있으면서 선생님이 하라는 말을 부지런히 따라하고 있어요.”

의사가 환자에게 물었다.

“좀 어떻습니까?”

환자가 대답했다.

“아주 좋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당신이 누군지 말할 수 있겠소?”

“물론이죠, 선생님. 저는 인간입니다. 결코 옥수수 낟알이 아닙니다.”

의사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며칠 안에 퇴원해도 되겠군요. 퇴원증을 써줄 테니 함께 내 사무실로 갑시다.”

그런데 의사와 간호사, 환자가 사무실로 걸어가는데, 닭 한 마리가 그들 앞으로 지나갔다. 순간 닭을 본 남자는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너무도 빨리 도망가는 바람에 의사는 그를 잡을 수조차 없었다.

한 시간이 넘어서야 간호사가 겨우 그를 붙잡아 사무실로 데려 왔다. 의사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자신이 옥수수 낟알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말했잖소. 그런데 왜 닭을 보고 도망친 거요?”

그러자 남자가 말했다.

“물론 나는 내가 옥수수 낟알이 아니고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닭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끝내 자신의 본래 모습을 알 수 없었다. 닭의 본성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본성을 갖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본성과 자기 자신의 본성을 이해해야만 한다. 일단 그것을 이해하고 나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명상을 하는 것은 사물의 본래 모습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다. 우리 자신의 본성과 우리 앞에 있는 사람의 본성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 사람의 진정한 본래 모습을 알 때, 우리는 그가 가진 어려움과 희망, 고통과 불안을 깊이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배우자의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내가 당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나요? 내가 당신의 고통의 씨앗에 물을 주고 있진 않나요? 내가 당신을 더 잘 사랑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내게 알려 줘요.”

만일 우리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 그렇게 말한다면, 상대방은 울음을 터뜨릴 것이다. 그것은 좋은 신호다. 그것은 대화의 문이 다시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떤 문제가 일어날 때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는다면, 그대는 그것을 평화롭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의 평정을 잃는다면, 그대는 말하지 말아야 한다. 단지 호흡을 하며 그 호흡을 주시하라. 필요하다면 신선한 공기 속에서 나무와 구름, 강을 보며 걷기 명상을 하라. 그리하여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친절한 사랑의 언어로 말할 수 있을 때, 그때 그대는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 만일 대화를 하는 도중에 다시 화가 치밀어 오른다면 대화를 멈추고 잠시 호흡을 하라. 이것이 바로 깨어 있는 마음이다.

우리 모두는 변화하고 성장할 필요가 있다. 결혼을 할 때, 우리는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며 삶의 열매를 함께 나누기로 약속한다. 한 쌍의 부부가 되어 행복하게 살아갈 때, 두 사람이 서로를 이새하고 조화롭게 지낼 때, 우리는 자신의 행복과 기쁨을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나눠 줄 수 있다.

그대는 자신의 배우자에 대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물리학자들은 전자 하나에 대해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왔지만, 여전히 전자에 대해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하물며 어떻게 그대가 한 인간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차를 운전할 때, 그대는 자기 생각에만 몰두해서 옆에 앉아 있는 아내의 존재를 잊어버린다. 그대가 계속 그렇게 아내를 대한다면, 아내는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그대의 아내는 그대의 관심과 보살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오후, 자두 마을에서 나는 마치 굶주린 유령처럼 보이는 한 여성을 보았다. 그때는 자두 마을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꽃들이 활짝 피어나고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는 그 어떤 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녀의 고통만이 내게 전해질 뿐이었다. 그녀는 혼자서 걸어가고 있었고,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외로움으로 서서히 죽어갔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기 위해 자두 마을로 왔지만, 어느 누구와도 함께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 사회는 수백만의 굶주린 유령들을 만들어 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뿌리 없이 떠돌고 있다. 나는 열 살도 안 되는 아이들이 드렇게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집안에서 결코 행복을 느끼지 못하며, 믿는 것도 없고,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심각한 병이다. 아무 것도 믿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미소를 머금고, 보리수나무와 아름다운 하늘을 느낄 수 있는 에너지를 어디서 얻을 수 있겠는가? 그대는 길을 잃고 아무런 책임감도 없이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술과 마약이 그대의 육체를 파괴할 것이다.

우리의 정부는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약 밀수를 금지시키고 마약을 팔거나 사용하는 사람들을 감옥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황은 마약 문제를 일으키는 부차적인 원인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그대가 마약을 하고 술을 먹는다면, 그것은 그대 자신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대는 자기 자신과 가족, 세상과 전통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 모두를 송두리째 거부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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