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헐거워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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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숙자 [sae0701] 쪽지 캡슐

2001-06-14 ㅣ No.1604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폭과 길이가

같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오늘 아침, 내 발 사이즈에 맞는

250미리 새 구두를 신었는데

하루종일

발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어요. 맞지 않아서요.

 

맞는다는 것은

사이즈가 같음을 말하는게 아닌가 봅니다.

이제까지 신었던 신발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헐거워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서로 조금 헐거워 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해 지는것.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게지요.

 

이제, 나도 헐거워지고 싶어요.

헌 신발처럼 낡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발을 구부리면 함께 구부러지는

헐거운 신발이 되고 싶어요.

 

  - 박상천, 문학 아카데미,<5679는 나를 불안케 한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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