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주말에 생긴일

인쇄

최정숙 [woojuin114] 쪽지 캡슐

2001-11-21 ㅣ No.2453

세상에나 어쩜~~~게시판이 꽁꽁 얼었내요.

에잇 또다시 정숙이 홈페지로 만들어버릴까 봐요.

 

초등부에서 성가대만 하다가 3학년 교리담임이 되었습니다.

3학년 어린이들 참 많더군요. 어린이가 다녀간 교리실은 마치 폐허간 된 전쟁터를 생각나게 합니다. 뭐하나 똑바른 것이 없지요. 교리가 끝난 정숙이는 마치 바로 옆에서 대포라도 터진 듯한 멍한 상태로 교리실을 나오지요. 그래도 예쁘지 않은 어린이 하나 없지요.

여기는 마약국보다 더 무서운 곳인것 같습니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아침에 일찍 나가서 밤 늦게 들어가, 잠자고 또 일어나자마자 늦었다고 나가는 정숙더러 하숙생이냐며 이럴꺼면 하숙비를 내던지 짐챙겨 나가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추운 이때에 자칫 잘못하면 거리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가 7시 미사에 혼사 오셨습니다.

정숙이는 커피를 타놓고 얼릉 엄마 옆에가서 앉았습니다.

엄마는 정숙이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미사책도 옆사람만 보여주고 정숙이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주님의 기도때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불렀습니다. 엄마도 정숙이 손을 꼭 잡아줍니다.

엄마 손이 까칠한 것이 느껴집니다. 너무도 속상하고 미안한 생각이 밀려옵니다.

미사가 끝나고 위령성월 기도를 바칠 때 엄마 어깨위에 머리를 놓고 눈을 감아봅니다.

어렸을 땐 성당에선 똑바로 앉으라고 야단했었는데 오늘은 왠지 아무말씀 않으십니다.

늘 마침성가 전에 나가던 제가 사람들이 나가도록 눈을 감고 있으니 엄마가 빨리 내려가 커피 팔라며 옆구리를 찌릅니다.

오늘 하루 밥을 잘 챙겨먹었는지, 하루종일 밖에 있으니 얼굴색이 좋지 않다며 오늘은 일찍 들어오라며 이렇게 튼튼하고 얼굴색도 좋은 정숙이를 걱정하십니다.   

엄마의 따뜻한 손을 잡고 어깨위에 머리를 얹어 놓으면 솔솔 엄마 냄새가 납니다.

그러는 사이 조금은 잊고 있었던 모녀의 사이의 뭉클함이 다시 솟음을 느낍니다.    

 



4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