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저녁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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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숙 [woojuin114] 쪽지 캡슐

2001-11-22 ㅣ No.2455

 

<저녁기도>

 

우리가 한쪽 팔을 잃고 고통에 소리칠 때

우리의 마음 절망으로 꺾이지 않게 하소서

 

우리가 사랑을 잃고 가슴을 찢겨 울 때

우리의 가슴 나약함으로 덮이지 않게 하소서

 

우리가 두려움과 떨림으로 입술을 깨물 때

자유와 정의를 향한 뜨거움 식어가지 않게 하소서

 

우리가 가난과 굶주림에 쓰러져 넘어질 때

평등과 평화를 이루려는 믿음 작아지지 않게 하소서

 

우리의 다른 또 다른 한 팔로 상처를 감싸며

두 무릎이 남았음을 알게 하소서

 

우리가 외로움 속에서 다시 기다릴 수 있는 것도

오직 사랑하는 마음뿐임을 알게 하소서

 

우리가 동터오는 새벽의 굳셈을 믿는 것도

어둠이 결코 오래가지 않은 때문임을 알게 하소서

 

우리가 시린 바람 속에서 손에 손 맞잡는 것이

이 세상을 사랑으로 비추는 길임을 알게 하소서

 

- 도종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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