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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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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9-01-21 ㅣ No.10584

신자들은 어려운 일을 당하면 신부를 찾아와 상담을 합니다. 신앙문제만이 아니라 가정과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얘기를 합니다. 대부분 그저 하소연을 귀기울여 들어주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서 ' 그래도 하느님 믿고 기도하면서 힘을 내라, 희망을 버리지 마라'고 위안해주는 선에 대답을 합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좀 더 힘이 되는 말이 없을까'하면서 다소 불만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대답해주었을까 궁금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에 인터넷에 보니 법륜 스님이 즉문즉답을 하시면서 실직한 남편 때문에 고민하는 아내의 어려움에 대해 대답을 해주신 글이 올라왔습니다. 상당히 적절한 대답이더군요. 올 한 해 경제적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염려하는 바입니다. 직장을 잃을 사람도 많아지겠고, 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도 많을 겁니다. 법륜 스님이 말씀이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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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남편의 수입이 끊어지면서 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아이들도 불안해하면서 집중력과 안정감이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집안일이 겹치면서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이러면 안 된다고 마음먹으면서도 일의 추진력이 떨어지고 매사에 의욕이 없습니다.


답변

  오늘날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합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 줘도 “엄마! 이거 얼마짜리야?” 하고 묻습니다. 부부간에도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는 기준이 몇 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는가에 따라 정해지기도 한답니다. 사랑도 돈으로 계산하는 세상에 우리가 삽니다.

[...]

   행복이 물질로 이루어진다면 요즘 사람들이 100년 전 사람에 비해서 훨씬 더 행복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잖아요. 여러분들은 지금 사는 데 불만이고 불평이 많잖아요.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사람은 재물이나 명예가 행복의 절대적 요소가 아님을 아셔야 합니다. 

 남편의 직업이 바뀌거나 없는 것은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남편이 명예퇴직을 해서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남편은 자괴감을 느끼게 되고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 보겠다고 서두르다가 남의 유혹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그러다 보면 더 큰 손실을 입는 일에 휩싸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 이럴 때 아내가 “여보! 그동안 수고했어요. 오랜 세월,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으니 이제는 좀 쉬세요. 산 입에 거미줄 치겠어요? 우리가 아껴 먹고, 아껴 입고, 아껴 쓰면 돼요. 이런 좋은 기회에 ‘깨달음의 장’도 갔다 오고 스님 법문도 들으면서 푹 쉬세요.” 이렇게 편안하게 해주면 남편이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쫓기지 않습니다. 이렇게 소일하다가 새 일거리를 찾아야 실수가 없습니다. 부부가 살면서 그 정도의 애정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젠가 상담을 한 부부 중에 남편 생명이 위독할 지경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휴직서 내고 쉬세요.” 그랬더니 옆에 있던 부인이 “스님, 한 6개월만 더 다니다 쉬면 안 될까요?”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왜요?” 하고 물었더니 “지금 우리 남편이 승진할 차례인데 6개월만 더 있으면 인사이동이 있거든요. 승진하고 나서 쉬면 안 될까요?” 이렇게 얘기를 해요. 사람이 건강하다면 모를까 생명이 위독해서 당장 쉬라는데, 남편 목숨은 안중에도 없고 ‘어떻게 살까?’ 하는 걱정이 앞선단 말이에요. 전 이럴 때 소름이 끼칩니다. 출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 보살님만 그런 게 아닙니다. 누구나 돈에 집착하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지금 보살님도 앞으로 살아갈 걱정에 너무 집착해 있어서 그래요. 그러니 보살님도 걱정 내려놓고 푸근한 마음으로 남편을 위로하고 격려하면, 비록 풀죽을 쑤어 먹어도 남편이 감동합니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새 살림이 시작됩니다.

[...]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셨는지,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몇 몇 분들은 눈물을 글썽이는 분들도 있으셨구요. 질문하신 여자분은 강연이 끝나고 밝게 웃으셨습니다. 공양간(식당)에서 밥을 같이 먹는데,  "내가 그동안 남편의 마음을 참 헤아려주지 못했구나... 우리 남편이 참 힘들었겠다..."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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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성사를 받을 때 신랑과 신부는 이렇게 혼인 서약을 합니다. "나는 당신을 내 아내(남편)으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기로 약속합니다."

부부는 즐거울 때만이 아니라 괴로울 때도, 성할 때만이 아니라 병들 때도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는 사이가 되어야 합니다. 좋을 때보다 어려울 때 서로를 위해주고 지탱해주는 부부가 진정한 부부겠지요. 그렇다면 지금처럼 힘들고 어려울 때가 바로 진정한 부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어려움과 고통 그 자체는 모두에게 똑같이 닥치더라도 그에 대한 응답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시련은 한 사람을 무너뜨릴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고 마음을 다독거려주는 사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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