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어느 재소자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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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영 [mymoon] 쪽지 캡슐

2005-07-16 ㅣ No.3535

 

 + 예수님 찬미!


“농부 이시도로” 형제님,


 대전으로 다시 옮겨와서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그러면 논산에 계시는 동안 검정고시를 합격하셨다는 뜻인지 잘 모르겠군요. 어쨌든 건강하게 잘 계신다니 반갑습니다.


 어제는 초복이라고 11시 반부터 성당 건너편에 있는 삼계탕 음식점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재소자들에게는 여름이 생활하기 더 힘들다고 하셨지요? 지금까지도 잘 참아 오셨는데 이 여름도 잘 참아내시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얼마 전 신부님 강론말씀이 생각나서 형제님께 적어 보낼까 합니다.


 독서 말씀은 창세기에서, 요셉의 형들이 질투하여 그를 이집트 상인에게 팔아 넘겼으나 요셉은 이집트의 재상이 되고, 그 후 곡식을 구하기 위하여 찾아온 형들을 자기를 팔아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용서하는 장면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살리시려고 형님들 보다 앞서 저를 보내신 것입니다’ 하면서 말입니다.


 이와 같이 요셉은 형제들의 질투의 희생양이 되었지만, 하느님은 자기의 뜻대로 사람을 쓰시기로 계획하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은 아무리 자기가 주인인 것처럼 생각해도 하느님의 뜻은 거역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복음 내용은 예수님이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돈을 가지고 다니지 말고, 지팡이 하나만 가지고 다니라고 하셨는데, 이는 단순한 삶을 살라고 하신 것이랍니다. 신부님이 신학교에 처음 입학하셨을 때는 정해진 시간대로 공부하고, 기도하고, 식사하고, 잠자고... 그리고 1년 내내 외출금지... 정말 감옥살이 하는 것 같았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놀랍게도 그렇게 단순한 삶을 살다보니 영적인 눈이 열리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때라면서 단순한 삶을 살아가도록 당부하셨습니다.


 저는 형제님을 생각하며 이 강론말씀을 새겨들었지요. 형제님이 지금 재소자 생활을 하고 계신 것은 분명 하느님께서 형제님을 요긴한 곳에 일꾼으로 쓰실 것을 계획하고 계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또 형제님과 같은 재소자들이야말로 가장 단순한 삶을 살고 계시니까, 오히려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들 보다 더 하느님을 체험하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하느님께서 항상 형제님 곁에 계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5. 7


 “학자 이시도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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