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인쇄

이순옥 [yimariaogi] 쪽지 캡슐

2007-03-08 ㅣ No.7392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시집중에서...



      
     
     
                                         
      
 


11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