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퍼온글]아이러브 스쿨~(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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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5-07 ㅣ No.8422

대웅님 넘 죄송해요...

열심히 올릴께요..

 

아이러브 스쿨 - #19

 

 

새벽나절에 이유없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서 한모금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새벽 3시가 채 안되었습니다. 무슨 꿈을 꾼것 같기도 한데 잘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다시 잠을 청하려고 침대에 누웠지만 한번 정신이 든 다음이라 좀처럼 잠이 오질 않습니다.

책상위에 스탠드 불빛을 켜고 다시 그 사진을 꺼내 보았습니다. 이 여자가 정말 연수

일까요? 다시 그 시장 근처를 몇번이고 시간이 날때마다 근처를 기웃거렸지만 다시

이 여자를 만날 수 있는 우연은 내게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아닐지도 모르지요. 이여자가 반드시 연수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연수도 크면서

얼굴이 많이 변했을테니까요.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서로

스쳐 지나갔을수도 있습니다. 만원 버스 안에서, 내가 자주 다녔던 서점의 한쪽 귀퉁이

에서, 아니면 바로 사진처럼 이렇게 만났었을 수도 있을겁니다.

 

침대에 누워서 사진을 들고 약간 흐릿하게 찍힌 이 여자를 멀뚱멀뚱 쳐다보았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창문 밖으로 신문배달하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저사람도 여자친구가 새벽에 문밖에서 기다려 주고 있을까요? 아닐겁니다. 아마도

그런 여자는 다시는 없을겁니다.

 

연수에게 머리핀을 선물했던 날, 집에 들어가자 어머니께서 날 부르셨습니다.

그 목소리는 평소와 다른 목소리였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어머니 목소리가 기억나는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날 어머니는 내가 몰래 넣어둔 돈봉투를 내 앞에 놓으시고 말없이 우셨습니다.

그때는 그 눈물이 무슨 뜻이었는지 몰랐습니다. 나는 그저 어머니가 고생하시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나이의 저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눈물을 어머니는 쏟아

내셨습니다. 나는 아무소리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어머니께서 우시는것을 멍청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서야 그 눈물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너무 늦었나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사진속의 여자가 잊혀져가는것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이 여자가

연수일꺼라고 확신했는데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지 않은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타협하기 시작했습니다. 나 자신이 이 사진에 얽매이는것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일까요.

 

        "녀석, 요즘은 그 사진 안보는가 보구나?"

         

        "네? 무슨 사진이요?"

         

        "시장에서 찍은사진 말이다."

         

        "아... 그거요? 헤헤..."

         

        "왜, 이젠 여자친구 찾는것 포기했니?"

         

        "사장님두 참..."

         

        "남의일에 참견하지 말라 이거구나?"

         

        "아녜요... 그런뜻은..."

 

괜히 사장님께서 지나가시다 한마디씩 툭툭 던지십니다. 아마도 요 몇일새 내 모습이

안되보이긴 했는가 봅니다.

 

        "내일은 특별한 일 없는데 우리 야외 출사나 나가볼까?"

         

        "야외출사요?"

         

        "네가 공모한다는 공모전도 얼마 남지 않았잖아... 준비는 다 됐어?"

         

        "아요... 아직..."

         

        "내 그럴줄 알았다... 내일 시간내서 밖에 한번 나가보자꾸나"

         

        "알겠습니다."

 

내가 몇일동안 끙끙매고 있는것을 보시고 당연히 공모전 준비가 되있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셨는지 일부러 저렇게 저를 위해서 시간을 내주시려나 봅니다.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도 밖에 나가서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신문배달은 계속 했어?"

 

다음날 야외출사를 나가면서 조주석에 앉으신 사장님께서 또다시 저의 옛 이야기가 듣고

싶으셨는지 슬며시 물어보십니다.

 

        "사장님은 나이도 많으시면서 왜 그렇게 젊은놈 옛날얘기만 물어보시는거예요?"

         

        "녀석,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신문 배달 계속 했냐니까?"

         

        "아뇨. 아마 신문배달했다고 어머니에게 혼이 났으면 그냥 계속 했을지도

        모르는데 제 앞에서 우시는 어머니를 보고 그럴순 없더라구요"

         

        "이놈 어렸을때 완전히 애 늙은이였구먼..."

         

        "사장님두 참..."

 

오랫만에 야외를 나오니 좋았습니다. 시원한 공기도 좋고 날씨도 적당히 맑은 날씨에

오늘만은 여유로움을 한껏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 차를 세우고 넓은 자연을 필름에 담기 위해 이리저리 무거운

삼각대를 들고 뛰어다녔습니다.

순박한 어린 시골아이들의 웃음을 담기위해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주며 같이 구슬치기도

하고 누런코를 흘린채로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필름에 소중하게

담았습니다.

제가 저 아이들만했을 때 연수를 만났겠군요. 저도 그때 저 아이들처럼 저렇게 철이

없었을까요? 후후,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랬을것 같습니다.

 

        "그래, 그 다음엔 어떻게 됐는데?"

 

사장님과 한숨 돌리려고 논길 한 모퉁이에 앉아서 담배 한모금을 빨아물었을 때 다시

사장님께서 슬그머니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전학갔어요."

         

        "누가? 너의 첫사랑이? 그게 다야?"

         

        "6학년 2학기가 되면서 전학을 갔어요."

         

        "저런... 일이 그렇게 된것이구먼..."

 

6학년이 되면서 연수와 나는 다행히도 같은반이 되었습니다. 5학년 마지막날 선생님께서

6학년의 새로운 반을 불러주실 때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먼저 남자아이들 이름순서대로 반을 불러주시고 다음으로 여자아이들의 반을 불러주셨던것

같습니다.

6학년 2반. 선생님께서 제 이름을 부르시면서 한민우 6학년 2반 이라고 말씀하시고 나서부터

연수의 반이 불릴때까지 가슴조마조마하며 기다렸습니다.

 

        "난 민우랑 같은반 되고 싶은데..."

 

연수가 작은 소리로 나에게 속삭여 주었습니다. 나도 그냥 씨익 웃어주는것으로 대답

했습니다.

 

        "황연수 6학년 2반"

 

순간 나는 뛸듯이 기뻤지만 꾹 참았습니다. 연수도 환하게 나를 보며 웃었습니다.

 

        "참 다행이다..."

         

        "그치? 잘됐다"

 

그렇게 우리에게 6학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 그래서 6학년때도 같은 짝이됐니?"

         

        "그랬었죠..."

         

        "그랬었죠? 그럼 나중엔 안그랬다는거야?"

 

6학년이 되던 첫날 선생님께서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을 한줄씩 세우시고는 한사람씩

들어오게 하셔서 자리를 정해 주셨습니다. 나는 재빨리 앞사람의 머리숫자를 세어보았

습니다. 연수는 나보다 한순서 앞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때 내 앞자리에 서있던놈은

바로 일만이었습니다.

 

        "야... 김일만. 나랑 자리 바꿔"

         

        "안되..."

         

        "너 죽을래?"

         

        "싫어..."

         

        "그러지 말구... 내가 딱지 줄께..."

         

        "정말? 얼만큼?"

         

        "니가 가지구 싶은 만큼..."

         

        "알았어... 꼭이다?"

 

그렇게해서 연수와 저는 같은 짝이 되었었습니다. 주변에서 우리를 알고있던 아이들은

뒤에서 수근수근거렸지만 우리는 그래도 좋았습니다.

 

        "녀석... 그런 방법을 쓰다니..."

         

        "그래도 어떻게 해요. 꼭 같이 앉고 싶었는데..."

         

        "그래, 그래서 짝이 됐구나?"

         

        "아뇨..."

         

        "아뇨? 아니라니?"

 

        "5학년때 축구부 주장을 하던놈이 있었거든요. 그놈이 우리반이 되었었는데..."

         

        "그런데?"

         

        "그놈이 바로 그날 집에가서 자기 엄마한테 뭐라고 했던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날 바로 바꼈어요."

 

연수와 저는 단 하루 짝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축구부 주장네 엄마가 선생님을 만나고

인사를 하면서 흰 봉투를 건네주시는것을 교무실 앞에서 우연히 보고 교실로 들어왔는데

곧바로 저와 축구부 주장인 조대행이라는 아이와 자리가 바뀌어버렸습니다.

 

        "대행이가 눈이 않좋으니까 민우랑 자리좀 바꾸자. 한민우 괜찮지?"

         

        "......"

 

옆자리 연수도 말없이 뒷자리로 쫓겨나는 저를 말없이 쳐다보았습니다.

어린 저로써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대행이가 저를 쳐다보던

그 비웃음의 눈길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야! 배달! 빨리 뒷자리로 가!"

         

대행이가 제자리로 와서 저에게 윽박질렀습니다. 아마 내가 신문배달했던것을 꼬투리

잡아서 놀리는것 같았습니다.

 

        "난 배달 아냐. 민우야, 한민우. 똑바루 알아둬"

         

        "배달주제에..."

 

나는 당장이라도 그놈을 한대 패주고 싶었지만 연수가 보고있는 앞에서 그럴순 없었습니다.

6학년. 그리 기쁘지만은 않았던 기억들이 다시 떠오릅니다.

 

        "그래서? 그다음엔?"

 

옆에서 사장님이 재미가 있으신지 연신 물어보십니다. 후후, 어짜피 다 지난 일인데요 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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