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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아이러브 스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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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5-07 ㅣ No.8423

아이러브 스쿨 - #20

 

 

제 자리는 제일 뒷자리가 뒤어버렸습니다. 이게 다 대행이 때문입니다. 나는 뒷자리에

앉아서 연수와 대행이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만 봐야 했습니다. 선생님께 나도 눈이

나빠서 앞자리로 바꿔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안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연수와 같이 앉을순 없었지만 그래도 연수는 자주 나에게로 와서 놀아주었습니다.

나도 연수가 있는자리로 가고싶었지만 늘 연수 옆자리에는 대행이가 앉아있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연수와 같이 앉아있었던 때가 더 좋았습니다.

 

연수 옆자리에 앉은 대행이는 자꾸만 연수를 못살게 굴었습니다. 양쪽을 곱게 딴 머리를

쥐어잡고 말타는 소리를 히히힝 냅니다. 하지만 연수는 그럴 때 마다 늘 눈으로 째려

보기만 할 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대신가서 그놈을 쥐어박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대행이는 연수 물건을 가져가서 돌려주지도

않고 하루가 멀다하고 연수를 울렸습니다. 나는 뒷자리에서 그 모습을 치밀어오르는

화를 꾹 참으며 보았습니다.

 

        "대행이가 못살게 굴지?"

         

        "아냐... 괜찮아 그정돈... 참을 수 있어"

 

어느날 방과후에 청소를 마치고 연수와 같이 학교를 빠져나가면서 연수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연수는 분명히 싫어하는것 같았지만 겉으로는 괜찮다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래도 민우 너랑 짝이었을때가 좋았는데... 그치?"

         

        "응... 나두 그래..."

 

그때였습니다. 우리들 뒷쪽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한민우랑 황연수랑 둘이 사랑하는 사이다"

         

        "우와~~~~ 하하하"

 

뒤를 돌아보니 대행이와 남자아이들 몇몇이 둘이 같이 걸어가는 우리를 보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연수는 얼굴이 빨개져서 후다닥 뛰어갑니다. 나쁜놈들... 하지만

그 아이들은 계속해서 우리를 놀렸습니다.

 

        "둘이서 얼레꼴레래... 하하하"

 

내가 휙 뒤돌아서자 아이들이 하하하 웃으며 후다닥 도망갑니다. 쫓아가볼까 하다가

앞서 뛰어간 연수가 생각나서 그만두고 연수를 따라갔습니다.

 

        "신경쓰지마... 애들이 놀리는거야..."

         

        "응... 알았어..."

 

연수의 빨개진 얼굴은 아직도 그대로였습니다. 나도 괜히 할말을 잃고 그냥 연수와

같이 걸었습니다. 어느새 길을 걷다보니 연수네 동네로 와버리고 말았습니다.

 

        "민우야 고마워... 바래다 줘서"

         

        "아냐, 괜찮아. 나 그만 가볼께.. 내일 학교에서 만나"

         

        "응... 잘가"

 

뒤를 돌아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갑자기 골목한 구석에서 대행이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채로 우리를 보며 걸어나왔습니다.

 

        "야, 신문배달. 촌놈이 여기까지 웬일이냐? 신문 배달을 이렇게 오후에도 하나?"

         

        "조대행! 너 왜 자꾸 민우한테 그러는거야?"

         

        "하하, 둘이 정말 사랑하는 사인가보네... 니가 왜 난리야? 기지배가"

 

나는 얼마든지 나를 놀리는것은 참을 수 있지만 연수에게 뭐라고 하는것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주먹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야, 촌놈. 어서 니네 동네나 가버려. 소똥 냄새난다"

         

        "난 촌놈도 아니고 신문배달도 아냐. 난 민우야 한민우. 똑똑히 알아둬"

         

        "그래도 촌놈은 촌놈이지, 하하하"

         

        "대행이 너 왜 자꾸 민우 못살게 구는거야?"

         

        "넌 저딴놈이 뭐가 좋다구 싸두 도는거냐? 저런놈이랑 같이 다니면 너두

        촌놈 되는거야. 알어?"

 

나는 화를 꾹 참고 그냥 그자리에서 돌아나왔습니다. 화가나서 대행이 그놈을 한대

패주고 싶었지만 연수가 보는 앞에서 그럴수는 없었습니다.

 

        "야, 촌놈. 무서워서 도망가냐? 아니면 신문배달가냐?

        촌놈이 촌년을 데리구 가야지. 하하하"

         

        "너 이자식"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당장 뒤를 돌아 꽉 쥐고있던 주먹으로 대행이의

얼굴을 한대 쳤습니다.

대행이는 내 주먹을 맞고 길바닥에 뻗어버렸습니다. 대행이 코에서는 코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어... 피.... 으와앙......"

         

녀석은 피를보자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엄마한테 이른다는 소리를하며

코피가 흐르는 코를 부여잡고 엉엉 울면서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갑자기 흥분했던 마음이 가라앉자 자는 대행이를 때린것이 후회되었습니다.

 

        "민우야... 그렇다구 사람을 때리면 어떻게 해..."

         

        "참으려구 했는데... 끝까지 참으려구 했는데..."

 

나는 연수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것이 부끄러워 당장 그자리를 달려나와 집으로 돌아왔

습니다.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놈이 뭐라고 놀리던간에 그냥 집으로

돌아왔으면 됐을텐데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연수가 나를 쳐다보던 표정도 생각납니다.

 

터덜터덜 걸어 해가 뉘엿뉘엿 질때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엄마는 부엌에서 저녁을

짓고 계셨습니다.

 

        "민우왔니? 공부 잘했어? 친구들하구 잘 지냈구?"

         

        "네....."

 

나는 풀이죽은 목소리로 방으로 들어가서 책가방을 방구석에 던져놓고 방바닥에 드러

누웠습니다.

 

        "오빠, 엄마가 저녁 먹으래..."

         

        "싫어... 나 안먹어"

 

저녁도 먹기 싫었습니다. 자꾸만 아까 대행이를 때렸던 오른쪽 주먹이 눈에 보였습니다.

한번만 더 참으면 됐을텐데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그래도 대행이가 연수에게

뭐라고 그러는것은 싫었습니다.

 

방안에 있기가 답답해서 누렁이가 졸고있는 문밖으로 나왔습니다. 저녁을 먹지 않았지만

배가 고픈줄 몰랐습니다.

 

        "누렁아. 너두 내가 촌놈처럼 보이냐?"

         

        "낑....."

         

        "너두 그러는구나. 그래 나 촌놈이야...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

        촌놈은 사람도 아닌가?"

         

        "낑......"

         

        "그런데 혹시 연수도 나를 촌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걸까? 우리집은

        연수네처럼 잘살지도 못하고 옷도 다 꿰멘 옷만 입고 깨끗하지도 못한데

        연수는 옷도 깨끗하고 집도 잘살고...

        그래도 대행이 그놈은 맞아도 싸. 맨날 연수를 그렇게 못살게 굴고

        그치?"

         

        "컹컹"

 

 

다음날 아침 학교를 가자마자 대행이가 교실문을 박차고 들어와서는 큰소리리로

나에게 말했습니다.

 

        "야! 배달! 너 선생님이 좀 오래"

 

아이들은 무슨일인가 궁금해 하는데 연수가 내 얼굴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연수에게 씩 웃어보이고는 교무실로

가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고 하는지는 나도 알고 있습니다.

 

        "한민우, 너 사람 때리고 다닌다면서?"

         

        "사람 때리고 다니진 않았는데요..."

         

        "왜 대행이를 때렸니?"

         

        "......"

 

나는 대행이가 연수를 계속 못살게 굴고 자꾸만 촌놈이라고 놀려서 그랬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말해봤자 별로 소용이 없을것 같았습니다.

그때 연수가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선생님께 말했습니다.

 

        "선생님, 민우는 잘못 없어요. 대행이가 자꾸만 민우를 못살게 굴어서 그랬어요"

         

        "그래도 사람을 때린건 잘못한거야"

         

옆에서 연수가 나보다 더 안타까워합니다.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보지만 선생님은 들은척도

하지 않으십니다.

 

        "민우 내일 엄마 모시고 오너라"

         

        "네......"

 

축쳐진 어깨로 교무실을 나와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대행이가 고소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민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설명해 줄께... 알았지?"

         

        "응... 고마워..."

 

다음날 우리엄마는 학교로 오셨습니다. 교무실에서 대행이와 대행이 엄마에게 허리를

굽혀가시면서 잘못했다고 말씀하시는것을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로 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애비없이 큰 자식이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네..."

         

        "네... 네....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런일이 없도록 단단히 주의시키겠습니다."

 

우리엄마가 잘못하신것도 아닌데 엄마는 계속 굽신거리시며 잘못했다고만 하셨습니다.

잘못은 내가 했는데 말입니다.

 

엄마는 교무실에서 나오셔서 말없이 하늘을 보시며 우셨습니다. 나는 옆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엄마옆에 서 있었습니다. 엄마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혼날것 같아 무섭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나를 혼내지 않으셨습니다.

그냥 하염없이 하늘을 보시며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만 닦고 계셨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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