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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온글]아이러브 스쿨~(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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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5-11 ㅣ No.8431

아이러브 스쿨 - #21

 

 

집에 돌아와서도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차라리 빗자루

몽둥이로 맞는것이 더 나을것 같습니다. 저녁을 먹을때도 어머니는 식사를 반도 하지

않으시고 자리에서 일어나셨습니다.

 

        "오빠 오늘 학교에서 사고쳤지? 그치?"

         

        "넌 모르면 가만히 있어"

         

        "치, 나두 알건 다 안다 뭐... 나두 이제 오학년인데..."

         

옆에서 밥먹다 은경이가 한마디 거듭니다. 나두 밥맛이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문밖에 배를 깔고 땅바닥에 앉아있는 누렁이를 보러 나갔습니다. 누렁이는 귀찮은듯이

눈만 슬그머니 뜬 채로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누렁아, 넌 알지? 내가 먼저 잘못하지 않은거... 그놈이 먼저 놀렸단 말야"

         

        "......"

         

        "두고봐, 내가 그놈 콧대를 콱 꺽어줄테니까..."

         

        "......"

         

        "내 자리도 뺏어가고 연수도 못살게구는 나쁜놈이야... 그놈은..."

         

        "......"

 

누렁이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소리도 하지 않은채로 턱을 내리고 나를

올려다 보고 있습니다. 달이 참 밝습니다.

 

 

몇일동안은 학교에서 조용히 지냈습니다. 대행이는 계속해서 연수를 못살게 굴기만

합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대행이를 두들겨주고 싶지만 엄마가 다시

학교에 불려오실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꾹 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은 체육시간이 있는 날입니다. 아이들 모두 운동장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선생님의

호루루기 소리에 맞춰 체조를 하고 운동장을 뛰었습니다.

 

        "자, 오늘은 팀을 나눠서 축구시합을 해볼까?"

 

선생님께서 한마디 하시자 아이들은 모두 신나라 좋아합니다. 대행이와 나는 각팀의

주장이 되었습니다. 나머지 아이들을 모두 편을 나눈 후에 축구시합에 들어갔습니다.

대행이네 편아이들은 거의 읍내 아이들입니다. 키도 우리보다 큰 아이들이 더 많이

있습니다. 우리편 아이들은 벌써부터 주눅이 들었는지 어깨가 축 쳐져있습니다.

오늘도 골키퍼는 일만이가 보기로 했습니다.

 

        "부탁한다. 오늘은 저놈을 꼭 이겨야 겠어"

         

        "걱정하지마. 골대는 내가 잘 지킬께..."

         

        "그래..."

 

시작 호루루기 소리가 나고 아이들은 모두 우르를 공을 향해 뛰어갑니다. 여자아이들은

옆에서 배구공을 가지고 따로 놀고 있었습니다. 연수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이리저리

배구공을 잡으러 뛰어다니는것이 보였습니다. 오늘은 꼭 대행이를 이길겁니다. 꼭이요.

 

읍내아이들은 컸습니다. 하지만 별로 축구를 잘 하는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나는 우리편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야... 쟤네 축구 잘하는애 별루 없으니까 마음놓고 편하게 해..."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서 우리편이 한골을 먼저 내주었습니다. 역시

대행이가 골을 넣었습니다. 읍내아이들은 모두 좋아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괜찮아 일만아... 아직 시간 많아..."

         

        "대행이 저놈이 반칙했어. 발로 먼저 흙을 뿌려서 앞이 잘 안보였단 말야"

         

        "알았어. 걱정하지 마..."

 

다시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공이 가는쪽으로 우르르 몰려갔습니다.

공이 한쪽으로 흘러나오는것을 나는 먼저 낚아채어 상대편 골대로 몰고 뛰어갔습니다.

수비수가 세명정도 있었지만 저정도는 쉽게 제칠 수 있을것 같습니다.

한명, 두명을 모두 제치고 마지막 한명이 남았습니다. 나는 살짝 공을 오른쪽으로 툭

차넣고는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수비를 속이고 골대로 뛰어갔습니다. 이제 골기퍼만

남았습니다. 골키퍼는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내 뒤에서 태클을 하면서 발목을 걷어찼습니다. 나는 억 소리를 내면서

운동장에 넘어졌습니다. 분명한 반칙이었지만 선생님이 보지 못하였는가 봅니다.

대행이었습니다. 대행이가 걷어찬 발목은 시큰거렸습니다.

 

        "너 이자식."

         

        "축구도 못하는것이 까불긴... 넌 배달이나 해 임마. 하하하"

         

운동장에 넘어져있는 나를 돌아보며 대행이가 비웃으며 우리진영으로 공격해 들어갔습니다.

우왕자왕 우리편 수비가 흔들렸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일만이가 잘 막아주었습니다.

내 무릎에서는 빨간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무릎이 까졌는가 봅니다. 난 무릎에 묻은

흙을 툴툴 털어내고 다시 운동장을 뛰었습니다.

 

전반전이 끝나고 우리는 작전회의를 하러 한곳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연수가

우리쪽으로와서 나를 보고 있었습니다.

 

        "민우야... 무릎에 피..."

         

        "괜찮아. 이정돈... 아무것두 아냐..."

         

        "많이 아는데... 안아퍼?"

         

        "그럼... 남자가 이정돈 안아퍼..."

 

무릎이 욱신 거렸지만 연수앞에서는 웃을 수 있었습니다. 연수는 여신 내 무릎을 보면서

찡그린 인상을 펴지 않았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아이들은 모두 운동장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오늘은 꼭 이길꺼야..."

         

        "그래... 오늘은 꼭 이겨야되? 알았지?"

 

오늘은 연수를 위해서라도 꼭 이기고 싶었습니다. 연수를 못살게구는 대행이를 꼭 이겨서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대행이는 알게모르게 치사하게 반칙을 써가면서 경기를 했습니다. 선생님이 멀어서 잘

안보이는 곳에서는 살짝 손으로 공을 몰고가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께 항의도 해보았지만

선생님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답답했습니다.

 

대행이가 다시 공을 몰고 우리편 골대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수비수도 별로 없었습니다.

내가 뒤에서 열심히 쫓아갔지만 대행이를 따라가기엔 너무 거리가 멀었습니다.

일만이가 공을 몰고오는 대행이를 쫓아나와서는 간신히 공을 몸으로 막았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행이가 공을 안고있는 골키퍼에서 공을 빼앗으려고 일만일를 발로 걷어찼습니다.

하지만 일만이는 공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공을 꼭 안은채로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선생님도 보셨는지 호루루기를 불며 대행이가 반칙한것을 지적하셨습니다.

 

        "너 이자식, 축구를 하려면 정정 당당하게 해"

         

        "촌놈이 따지긴... 후후..."

         

대행이는 일만이와 나를 번갈아가면서 비웃고는 자기진영으로 돌아갔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골도 안먹었잖아..."

         

        "짜식... 너 근데 팔목에..."

         

        "어라? 피나네? 뭐 이정돈 괜찮아. 넌 무릎에서 피나잖아... 하하"

         

        "짜식, 넌 역시 내 친구야..."

         

        "내가 이렇게 막아줬으니까 오늘 꼭 이겨야돼?"

         

        "걱정하지 마..."

 

대행이가 반칙을 쓴다고 나까지 반칙을 하긴 싫었습니다. 나는 정정당당하게 대행이를

이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대행이의 반칙에 몇번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제 경기시간도 거의 끝나갈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한골을 빨리 넣어야 하는데...

 

일만이가 멀리 나있는곳으로 공을 차 넣어주었습니다. 나는 그 공을 받아들고는 상대편으로

공격해 들어갔습니다. 우리편 아이들도 모두 같이 상대편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두명정도의 수비를 제치고 골대로 점점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충분이 슛을 날려도 될만한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앞에 대행이가 달려오는것이 보였습니다. 나는 힘있게 슛을

날리는 척을 했습니다. 분명히 대행이가 이번에도 반칙을 쓸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행이가 태클을 하면서 나를 넘어뜨리려고 하는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살짝 옆을 보고

맞은편에 혼자 서있는 우리편 제일 꼬맹이에게 패스를 해주었습니다. 상대편 아이들 모두

나를 둘러싸고 있느라 수비가 허술해진것이었습니다.

우리편 꼬맹이는 그 공을 받아서 우물쭈물하고 있었습니다.

 

        "슛날려... 괜찮아... 슛!!!"

 

꼬맹이는 엉겁결에 슛을 날렸습니다. 대행이와 상대편 아이들은 모두 나에게 몰려있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꼬맹이가 슛을 날리는것을 멍청하게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공은 정확하게 골키퍼의 손을 살짝 벗어나서 상대편 골대안으로 쑥 들어갔습니다.

 

        "우와~~~~~~ 골인이다..."

 

우리편 아이들은 모두 팔짝팔짝 뛰고 좋아했습니다. 대행이는 자기편 아이들에게 막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연수도 멀찌감치서 우리를 보고 박수를 쳐주고 있었습니다.

이제 동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곧 끝나버렸습니다.

 

        "그럼 이제 승부차기로 끝낼까?"

 

선생님께서는 남자아이들을 모두 한곳으로 모아 승부차기를 준비하셨습니다.

우리편부터 한명씩 나가서 승부차기를 시작했습니다. 양팀 다섯명씩 준비한 아이들 중에서

나와 대행이는 각각 마지막 선수였습니다. 네번째 선수까지 슛을 모두 날린 결과 3:3이

되었습니다. 한팀에 한명씩 슛을 실패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대행이와 내가 결판을

지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내가 골대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때 상대편 팀에서 대행이가 골키퍼를 보겠다고 대신 골대

앞에 섰습니다. 나는 서둘지 않고 침착하게 해야 한다고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뒤에서는 연수가 손을 꼬옥 쥔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연수에게 한번

씩 웃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놓여있는 공으로 달려가 골대를 향해 슛을 날렸습니다.

 

내가 찬 공은 아슬아슬하게 대행이의 손을 비켜서 골대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우와...... 골인이다......."

 

이제 상대편 마지막 선수인 대행이의 골만 막으면 우리편이 이기게 됩니다. 나는 골키퍼

준비를 하는 일만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일만아... 내가 막아볼께..."

         

        "정말? 괜찮겠어?"

         

        "내가 저자식 공을 꼭 막아보구 싶어"

         

        "잘할 수 있지?"

         

        "해봐야지..."

 

내가 골키퍼 자리로 나가자 대행이도 조금 당황하는것 같았습니다. 넓은 골대 한가운데

서서 대행이의 공을 기다렸습니다. 잘 막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습니다. 연수가

맞은편에서 긴장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대행이는 나를 보더니 입가에 비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야, 촌놈. 어디 한번 잘 막아봐라..."

 

나는 입을 꽉 다물고 대행이가 오른쪽으로 찰지, 왼쪽으로 찰지 조심스럽게 관찰했습니다.

공을 향해 대행이가 달려오는 모습을 조심스럽게 보았습니다. 공을 차기전에 몸과 오른발이

먼저 왼쪽으로 기울어지면 공은 왼쪽으로 오는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행이 오른발

안쪽으로 공을 차려고 하는모습이 보였습니다.

 

        ’오른쪽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재빨리 몸을 오른쪽으로 날렸습니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대행이의 공은 정확하게 오른쪽으로 날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내 가슴으로

대행이의 공을 넘어지면서 막아내었습니다.

 

        "와아아.... 이겼다...."

 

우리편 아이들은 모두 신나서 골을 막은 나에게로 우르르 달려와서 나를 위에서 눌러

내립니다.

대행이네 편 아이들은 모두 풀이 죽어서 땅바닥만 신발로 툭툭 차고 있었습니다.

대행이도 화가 잔뜩 났는지 주먹을 꽉 진채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잘했어... 정말 축하해..."

         

연수가 우리편으로 와서 박수를 쳐주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신나서 공을

이리저리 뻥뻥 차며 운동장을 뛰어다녔습니다.

 

        "오늘은 연수 네가 보는 앞에서 꼭 이기고 싶었어... 대행이 저놈을 꼭

        이기고 싶었어"

         

        "그래... 고마워. 대행이를 이겨줘서 고마워..."

         

옆에서 일만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앞으론 니가 골키퍼 해라..."

         

        "싫어 임마... 하하하"

 

무릎이 쓰라렸지만 우리는 실컷 웃었습니다.

봤지? 촌놈도 마음만 먹으면 너정도는 이길 수 있단 말야.

나는 우리를 바라보고있는 대행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어느새 연수가 양호실에서 빨간약을 가져와서는 일만이 팔목과 내 무릎을 호호 불어가며

약을 발라주었습니다. 오늘은 정말 신나는 날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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