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강 신부님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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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신부님께...
* 해거리 * - 박노해 -
그해 가을이 다습게 익어 가도 우리집 감나무는 허전했다 이웃집엔 발갛게 익은 감들이 가지가 휘어질 듯 탐스러운데...
학교에서 돌아온 허기진 나는 밭일하는 어머님을 찾아가 징징거렸다 왜...우리 감나무만 감이 안 열린당가 응...’해거리’하는 중이란다 감나무도 산 목숨이어서 작년에 뿌리가 너무 힘을 많이 써부러서 올해는 꽃도 열매도 피우지 않고 시방 뿌리 힘을 키우는 중이란다 해거리할 땐 위를 쳐다보지 말고 발 아래를 지켜봐야 하는 법이란다
그해 가을이 다 가도록 나는 위를 쳐다보며 더는 징징대지 않았다 땅속의 뿌리가 들으라고 나무 밑에 엎드려서 나무야 심내라 나무야 심내라 땅심아 들어라 땅심아 들어라 배고픈 만큼 소리치곤했다.
안식년에 들어가시는 강 신부님께... 본당 신자는 아니지만 이렇게 외쳐 드리고 싶어요 "신부님 힘내세요" 강 신부님 힘내세요" 라고...
94년 6/29일자 ’평화음악실’ 테잎엔... 나직한 강 신부님 목소리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이 녹음 되어있네요 신신우신, 평화음악실 애청자였었구요 신부님 목소리 많이 좋아했었습니다 언제 다시 들을 기회가 있을런지요....
강 신부님....
건강하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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