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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희년을 보내며 민족문제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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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규 [mugeoul] 쪽지 캡슐

2000-12-04 ㅣ No.29

대희년을 보내며 생각해 보는 남북한 민족문제

 

  20세기를 마무리하고 21세기의 새로운 천년기로 넘어가는 대전환기에 우리 민족은 남과 북 모두가 국가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는 이 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신앙의 눈과 역사의식을 지녀야 한다. 특히 시대의 징표를 복음의 빛으로 밝혀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교회는 민족이 처한 현실에 담겨진 하느님의 뜻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의 위기는 남과 북 따로가 아닌 민족전체의 것으로 그것은 반세기에 걸친 분단의 업보다. 한 민족이 허구적인 이데올로기의 허상에 쫓겨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치르며 분열된 채 불천지 원수인양 적대행위만 일삼아 왔던 지난 세월의 죄악들. 거기에다 자신의 몸을 바쳐 평화를 이룩하면서 원수 되었던 모든 요소를 없이하시어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되셨던 그분처럼 ’일치의 성사’로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히 해방공간에선 ’38선에다 자신의 몸을 묻겠다’는 백범 김구선생의 말처럼 민족분열을 막는데 온몸을 던지긴커녕 오히려 레드콤플렉스적 친미성향으로 분단을 방조하고 신주처럼 반공 이데올로기를 모시고서 민족의 한 편을 단죄해왔던 지나간 교회의 그 원죄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제 교회는 분단의 고통을 겪고있는 민족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새롭게 십자가에 못박아야 한다. 반세기에 걸친 원죄를 푸는 작업이야말로 교회에 맡겨진 지상과제요 소명이다. 그것이 희년의 정신을 체현하는 것이다. 교회가 이 시대에 져야 할 십자가는 단죄의 십자가가 아니라 참회의 십자가다. 교회는 지난날 일제에 자의반 타의반 동조하여 민족의 아픔에 함께 하지 못했던 교회 지도층의 부끄러운 과거와 함께 해방후 일정기간 반공주의에 휩싸여 북한을 맹목적으로 악마시해 몰아 붙히며 분단고착에 일조하진 않았는지 냉철히 자신을 되돌아보며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 그리스도께선 자신을 팔아먹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가롯 유다스에게 조차 끝까지 인격적인 사랑으로 대하셨다. 하물며 그들은 같은 민족이며 이산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형제 자매들이다. 교회는 용을 처 부수는 지그문트가 아니라 원수조차 감화시켜 얼싸안는 사랑의 기사가 되어야 한다. 20세기 순교자를 찾는 교황청의 요구에 의해 지금 6·25사변과 공산정권에 의해 살해된 이들에 대해 조사하고 그 명단을 작성하고 있지만 그것이 자칫 ’이데올로기적 순교자 리스트’로 전락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단순히 공산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하여 모두 순교자로 여기는 우를 결코 범해선 안 된다.

  이제 분단문제 곧 통일문제는 싫든 좋든 우리 세대가 안게 되었다. 성서에 ’심는 자 따로 거두는 자 따로’라 했듯이 역사는 시간을 타고 흐르는 까닭에 결국 산 자들의 몫이 되고 만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의 사십 년에 걸친 시나이광야에서의 시련에 버금가는 이 반세기 민족분단의 고난이 의미를 지니려면, 통일국가는 지리적 정치적 통일만이 아닌, 모두에게 존엄성이 온전히 보장되는 인간다운 사회를 창출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 그와 함께 중산층화 되어 가난한 이들에겐 어떤 면으론 사회보다 더 높고 두터운 벽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교회 역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가난한 과부의 헌금인 동전 두 닢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따스한 사랑의 눈길을 교회가 지녀야 한다. 그렇게 우리 사회가 온갖 분열의 죄악을 극복하며 모두를 얼싸안을 수 있는 그런 ’통일 마인드’를 지닐 때, 북녘동포들도 한 형제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반세기 전 해방공간에서의 그 첫사랑의 순수한 마음(묵시 2,4-5)을 다시금 지니고서 화해와 일치의 시대를 철저히 준비한다면, ’盡人事待天命’이라고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에 의해 통일은 기적과 같이 오리라.

  뜻깊은 대희년을 보내고 있는 이 대림시기는 만민의 아버지로 만물 위에 계시고 만물을 꿰뚫어 계시며 만물 안에 계시면서 역사를 이끄시는 하느님의 경륜 앞에 깨어 기도해야 할 뜻깊은 시간이다. ’마라나타, 주여 오소서!’ 그 마음으로 우리 모두 통일을 노래하는 희년의 공동체 정신으로 역사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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