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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워지면 생기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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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근 [soonding] 쪽지 캡슐

2001-06-08 ㅣ No.4794

 날씨가 뜨거워 지면서 ’나시’ 혹은 ’나시티’ 라는 말이 슬슬 귀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예전엔 알 수 없는 이런 말들을 들으면 어, 무슨 외국말인가 보네 하며 무심결에 많이 쓰곤 했었는데,

모르는게 약 이었던지, 알고나니 속 상해지는 말들이 많습니다.

’나시’를 예로 들자면 느낌상 일본말인갑네 하실겁니다.

’나시(なし)’ 는 일본말로 ’없다’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없다’ 라는 동사는 일본에서도 ’나시(なし)’이겠죠.

’소대나시(そでなし)’, 우리말로 ’소매없음’이 일본에서 쓰이는 ’나시-T’의 용어입니다.

일본인에게 ’나시(なし)’주세요 하면 ’배(梨)’를 가져다 줍니다.

뭐 배도 시원한 과일이니까 더위 쫓는데는 차이 없겠지만요.

일본이 패전의 콤플렉스를 지금까지 안고 살듯이

우리도 식민경험의 콤플렉스를 버리질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저 혼자만 느끼는 건지도 모르지만)

 워낙 가까운 탓에 비슷한 말들도 많지만 어디부터가 일제시절의 잔재이고

어디까지가 우리 고유문화의 전파인지 가끔 혼란에 빠지기도 합니다.

모르면서 쓰는 것도 답답하지만 알면서도 대체할 단어가 없어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는 속 상합니다.

혹자는 속편하게 우리나라 들어와서 우리단어로 정착했으니(본국에도 없는), 사전에 올려도 무방하다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와 그들의 문화는 엄연히 다릅니다.

일본의 어학교에서도 ’데파토(デパト)’는 일본말이지 절대로 ’Department Store(백화점)’가 아니라고 가르칩니다.

-물론 백화점의 한자표기도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기질상 X팔려서 그렇게 까진 못 할겁니다.

이야기가 사뭇 달라지지만 오늘 엘빈토플러가 한 말을 빌자면 한국은 미국, 일본과 전혀 다른 체질을 갖고 있으므로

다른 방향의 미래를 제시해야 한답니다. 물론 미래학자라 산업에 관한 내용 이겠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봅니다.

얼마전 TV에서본(칭찬합시다) 미국인 신부님도 미국따라가면 망한다고 합니다.

틀에 맞춰진 대량생산과 보편성들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걸 우리도 느끼고 있습니다.

어릴적에 선망하던 그들의 모습들이 억지로 보이고 엽기적으로 생각되는건

단지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라 시대적으로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얘기는 또 달라지지만  초등학교에서 수업중인 아이 8명이 살해된 어이없는 사건이 오늘 일본에서 일어났습니다.

 경제, 사회구조를 보아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우리에겐 또다른 우려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단어 하나의 쓰임과는 거리가 있지만, 우리의 모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라의 최치원은 우리민족의 특성을 ’풍류(風流)’하나로 정의합니다.

지금도 술 좋아하고 노래 좋아하는 우리가 생각을 해 보아도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 오는 유명한 사람들은 한국을 평가할 때 ’활기’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약간 거칠고 지저분해도 에너지가 넘쳐난다는 말입니다. 비아냥인지 칭찬인지 해석이 다르겠지만

그말을 한번 믿어봄도 좋을 듯 싶습니다.

역시나 말이 사뭇 달라졌지만 우리의 것을 고집하는 북한의 소박한 ’어거지’가 부럽기도 합니다.

...’나시’..(--)a..다같이 생각해 봅시다. 뭐 좋은말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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