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나이를 먹으며 좋은 것, 싫은 것, 아쉬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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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02-14 ㅣ No.186

언제나 어른들의 말씀이 항상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살아가다 보면 그들의 지혜에 놀랄 때가 있고 그들의 푸념을 배워가는 나에게 놀랄 때가 있다. (요즘 날짜 가는 것이 무섭다는 말을 연발하고 있다. 우리 엄마처럼...) 적지않은 서른에 접어들고 보니 그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이라고 의미를 줄여 본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빈번히 나의 화두가 되는 것은 나이에 대한 부담이 내 의식 한쪽에 무겁게 자리잡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결혼을 한 친구들을 보면 바쁘지만 바쁜 티가 나지않는 나이다. 아기가 있고 남편이 있고 친정 뿐아니라 다른 어느 집의 며느리가 되어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일들로 채워진 탓에 부쩍 커가는 아이와 불려가는 재산으로 세월을 짐작한다고 한다. 결혼하지 않은 나의 경우는 일단 넘치는 자유가 있다. 직장에서의 시간의 틀에 맞춰지기는 하지만 퇴근을 하면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동생이 귀국한 후로는 경제적으로도 무척 여유로와 졌다. (꿈만 같다.^^) 이런 상황에서의 요즘 내가 느끼는 것들은 무척 복잡하다. * 좋은 것 : 역시 자유다. 시간과 돈으로부터 자유롭다. (적어도 회사에서 짤리기 전까지는...) * 싫은 것 : 함께 놀아줄 친구가 없다. 유부녀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는 정해져 있다. 남편이 출장 갔거나 저녁준비를 해야하기 전까지의 무료한 오후시간에 수다 대상으로, 퍼머 같은 남편과 함께 하기 힘든 행사를 해줘야 할 때 등이다. 이런 것에 비해 나는 강변역에 있는 극장에 가서 밤새워 영화 보는 것도 하고 싶고 에버랜드에 가서 놀고 싶고 콘서트에 가고 싶다. (지금까지 딱 한 번 극장에 혼자 갔었는데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 아쉬운 것 : 나이를 먹었지만 나이값을 못한다. 그렇다고 꽃띠처럼 보이고저 애쓰고 있는 것도 아닌데 언제나 사람들과 나눈 내 대사들에 대해 스스로 민망해져서 볼이 달아오르기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제 아름다운 여자로 사는 것에 대한 욕심보다 -사실은 원래 불가능하다- 현명한 사람으로 살고 싶은 욕심이 커졌는데 하는 짓은 반대로 가는 것 같아 반성 중이다. 이렇게 거창한 수다에 비난을 하지는 말아 주시기를... (오늘이 하필이면 발렌타인 데이란다. 나는 쵸코렛 대신 발렌타인 17년산이 어울리는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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