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예수님 생일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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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니 이제 겨우 마쳤습니다. 매일 하루에 한쪽씩 쓰기 시작한 성서를 어제 밤에야 <신약성서>를 마쳤습니다.
2000년을 위해 새로 오시는 예수님을 위해 이번 생일 선물로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부지런히 마무리를 했습니다....
지난 사순시기 때, 성당에서 <요한복음> 성서쓰기를 하라고 하시더군요. 매일 하루에 한 쪽씩 쓰면 된다고... 그때 쓰면서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매일 쓸 쑤 있으면 좋겠구나... 하구요. 그래서 시작한 김에 성서를 매일 한쪽씩 쓰기로 작정했지요.
처음에는 열심히 썼습니다. 설악산에 여행을 가도, 시댁엘 가도 노트와 작은 성서를 들고 가서 그 와중에도 꼭 쓰고 잤습니다. 그러던 것이 조금 아프다고 못 쓰고, 마음이 편칠 않다고 안 쓰고... 회사 다닌다고 피곤하다고 안 쓰고...
그러다, 이것이 다 유혹이고 여기에서 포기하면 지는거다 싶더군요. 간혹 쓸데없이 노트낭비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성서를 매일 쓰는 이유는 내가 이렇게 편하게 앉아서 쓸 수 있을 만큼의 건강과 평온함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은 쓰다가 졸아서 글씨가 아랍 글자처럼 된 것도 많고, 얼른 쓰고 자야겠다는 생각에 글씨가 날아가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성서를 쓰면서도 생각은 성서 밖 저 멀리로 마구 돌아다니기만 했습니다. 성서를 쓰는 그 순간에도 가족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 일쑤였습니다.
정말이지 이건 성서쓰기가 아니라, 국민학교 때 글씨공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느낄 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손으로 글씨쓰기가 아니라 마음으로 성서쓰기를 하게 되는 날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제 2000년부터는 구약성서를 쓰게 됩니다. 앞으로 약 6년 쯤 걸리겠지요...
언제쯤이면 마음으로 쓰게 될지..... 아니, 구약성서를 다 쓸 때까지도 나는 눈으로 건성 읽고, 손으로 대필하는 것으로 그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끝까지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만큼 살아 있다는 것이고, 건강하다는 것이고, 편안하다는 것일 테니까요..
성서를 쓰는 이 순간에도 이렇게 이기적일 수가.......
"예수님, 너무 엉성하고 부실해서 부끄럽지만, 그래도 받아주세요... 예수님, 생일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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