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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3 아름다운 쉼터(아름다운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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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10-23 ㅣ No.525

아름다운 청년(김정민, ‘좋은생각’ 중에서)

전철을 타고 가는 길이었다. 옆에 앉은 청년이 조용히 통화했다. “일곱 정거장만 가면 돼. 미안해. 빨리 갈게.” 여자 친구와의 약속에 늦은 듯했다. 그때 한 소년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와 출입문 쪽에 기대섰다. 내 자리에 앉으라고 부르고 싶었으나, 부담스러울까 봐 그러질 못했다.

어느덧 하차할 역이 다가왔다. 나는 소년이 앉길 바라며 일어났지만 다른 승객이 앉아 버렸다. 씁쓸함을 뒤로한 채 출입문 앞에 섰다. 그때 아까 통화하던 청년이 일어나더니 내 옆으로 왔다. 그는 몇 정거장을 더 가야 했다. 청년은 출입문 유리에 비친 소년을 계속 바라보았다. 소년이 빈자리를 발견하고 앉는 순간 청년은 웃었다.

청년은 내리자마자 전화했다. “역을 착각해서 5분 더 걸릴 것 같네. 미안해.” 여자 친구는 화난 듯했다. 내 생각에 그는 착각하지 않았다. 소년이 미안해할까 봐 미리 내렸을 것이다.

책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희생은 잃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넘겨주는 것.” 당시에는 의미를 몰랐는데 청년을 보니 알 것 같다. 사람들은 청년에게 말할 것이다. “그렇게 착해 빠져서 험한 세상을 어찌 살려고.”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모르는 소리 마세요. 청년은 당신들보다 지혜로워요. 자신의 것을 필요한 이에게 넘겨주는, 희생을 알거든요.”

청년의 여자 친구는 알까? 자신이 얼마나 근사한 남자 친구와 사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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