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미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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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일 [sojupark] 쪽지 캡슐

2000-05-29 ㅣ No.609

저에게는 소중하게 간직 하고픈 사랑이 있습니다.

작고 어린 소녀지만 언제나 제게 많은 사랑을 준 그 아이..

제가 사귀는 그 아이는 저보다 3살이나 어린 소녀 였습니다.

그때 미정이는 고등학교 2학년생이고 저는 21살의 청년이였습니다.

이름은...미정....

지금도 그 이름을 들으면 너무나 가슴이 아픔니다...

제가 이토록 미정이를 사랑하는 이유는...

제가 입대를 일주일 앞둔 날 이였습니다.

미정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했습니다.

미정이는 마음이 너무나 여린 아이 였습니다.

저는 큰 결심을 하고 미정이에게 말했습니다.

기다려 달라는 말을...

미정이의 맑은 눈에서 너무나 많은 눈물이 흘러 나왔습니다.

그러고는 미정이가 하는 말이...

"내가 18년동안 오빠를 만나기를 기다렸는데

그 깟 2년 못기다리겠어...

미정이는 웃으면서 이말을 저에게 했습니다.

그러나 눈에서는 변함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뒤 미정이와 저는 논산으로 같이 갔습니다.

훈련소로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미정이에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했습니다.

미정이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늘따라 미정이의 눈물이 너무나 슬퍼 보였습니다.

제가 훈련소에 있을때도 미정이는 계속해서 저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렇게 저는 훈련소를 나와 자대 배치를 받았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강원도 인제...

너무나 힘든 훈련이였지만 저는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미정이의 편지 였기 때문에 저는 행복했습니다.

제가 있는 부대에서 미정이를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미정이의 편지는 그렇게 저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가끔 소포도 오고...사잔도 보내오고..

그러나 면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미정이 말이

"내가 면회 안가는 이유가 난 오빠가 군대 가기전에 그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지금 오빠는 많이 지쳐있고 힘들어 하잖어..

나 오빠 그런 모습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어..

그러니까 오빠두 휴가 나오더라도 나 찾지 말구..

알았지?

그랬습니다.

저는 미정이 마음을 이해 할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휴가도 다 반납한체 그렇게 2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제대를 1주일 앞둔 날...

저는 저의 내무반 선임하사의 추천을 받아 휴가를 나가 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바로 제대를 할수 있게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드디어 미정이를 볼수있다는 생각에..

미정이가 있는 용인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저는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미정이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친구들 말이 제가 입대하고 2틀뒤에 미정이가 죽었다는 것이였습니다.

하늘이 무너 지는 줄알았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미정이는 제가 입대한날 뇌종양이라는 병에 걸렸다는 것이였습니다.

미정이는 제가 슬퍼할 것을 알고 제게 비밀로 하고 제가 제대할 날을 숫자로 세어 천통이 넘는 편지를 다 쓰고 하늘나라로 가 버린 것이였습니다.

그 쓴 편지는 친구들에게 부탁을 하고...

저는 미정이의 뼈가루가 뿌려진 강가에 갔습니다.

한참을 거기에 서있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훈련소로 들어가던 날..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그날 따라 미정의 눈물이 왜 그리도 슬퍼 보였는지..

한참을 서있다가 저는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강가에 띄어 보냈습니다.

그 내용은...

"미정아!이제 오빠 곧있음 제대다..

우리 미정이 기쁘지?

오빠 힘들때 마다 미정이 생각하면서 참았어..

이제 하루만 참으면 된다..

아!처음이라서 쑥스럽다.

오빠 편지같은거 태어나서 처음 써보는거잖어..

그럼 쪼금만 더 기다려..

알았지?

참! 잊을뻔 했네...

한 번도 말한적 없었지? 나 너 사랑해!"

저는 간절히 기도 했습니다.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쓴 편지를 미정이가 꼭 읽어 볼수 있도록..

그리고는 저는 부대로 돌아 왔습니다.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일병하나가 오더니 편지를 건네 주었습니다.

편지 겉에 쓰여진 말이 저를 너무나도 아프게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오빠 미정이...

오늘이 오빠 제대하는 날이구나..

오빠 제대해서 늠늠해진 모습 보고 싶었는데...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할래..

진짜 미안해..말도 안하고 가서..

나 용서 해줄꺼지?

오빠 나 용서 해줘...

오빠두 미정이가 슬퍼하는거 싫어 하잖어..

미정이두 오빠가 나때문에 슬퍼하는거 싫어...

오빠..나 부탁이 있는데..

나 없다구 밥거르지 말고..절대로 아프면 안된다..

알았지?

그리구 나 잊어 주라...

난 오빠가 아무것도 아닌 나때문에 괴로워 하고 힘들어 하는게 너무 싫다...

알았지?

약속했다...

참! 잊을뻔 했네...

한 번도 말한적 없었지? 나 오빠 사랑해...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랬습니다.

그러고 보니 미정이도 제게 사랑한다는 말 한적 없었습니다.

저는 미정이와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미정이를 잊지 못하니까요...

미정이가 그리우면 저는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눈물이 흐르면 그게 미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독 눈물이 많은 아이...

제가 다가가 손을 잡으면 얼굴이 금새 붉어 지는 아이..

지금 미정이가 살아있다면 21살이 되었을 텐데..

저는 저를 그토록 사랑했던 미정이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제 24살의 성숙한 남자가 됐습니다.

아직까지 미정이를 잊지 못하는 이유가..

지금도 눈을 감으면 눈물이 흐리기 때문입니다....

 

 

 

혹시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얘기가 이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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