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답십리본당 체육대회 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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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6-10-15 ㅣ No.3881

그눔의 정이라는 게 뭔지....

하기사 정이 뗀다고 떨어자는 것인가? 그 집이 어느 집인데...?

강산이 두 번 변한다는 근 20년 동안, 한 주일에 두 세 번씩

어떤 날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문지방이 닳을 정도로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집이었으니....

 

때로는 바닥을 쓸고 걸레질도 하고,

건물을 지을 때는 거푸집 뜯다가 못에 찔려서 손에 피가 나기도 했었지.

대청소한다고 천사상에 올라가 비누칠을 하다가,

밑에서 쏘아 올리는 물줄기에 맞아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기도 했었지.


그눔의 정이라는 게 뭔지...

그때 그 사람들... 한 본당에 다니는 교우라는 것만 해도 큰 인연이거늘

그 긴 세월 동안 사목회를 함께 했다든지, 레지오며, 울뜨레아며, 신우회까지,

이 모임 저 모임 함께 하면서 이러쿵저러쿵 얽히고설킨 인연이 어찌 그리도 많은지....

안 보면 보고 싶고, 목소리 들으면 금방 달려가고 싶고.....

답십리는 내 고향, 내가 태어난(영세를 한) 집이다.


그눔의 정이라는 게 뭔지... 오늘도 그랬다.

군자초등학교에서 체육대회를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장한평에서 11시 미사를 드리는데 분심이 생길 정도였으니까.........

종로 5가 예식장에 2시까지 가야 하는데, 들렀다가 갈까? 내쳐 그냥 가 버릴까?

하지만 발 걸음은 나도 모르게 군자초등학교를 향하고 있었다.


그눔의 정이란 게 뭔지...

반겨주신 라이문도 신부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신 모습 뵈니 반가웠습니다.

릴레이에 또 뛰실 거냐고 여쭈었더니 금년에는 안 뛰신다고 하셨지만....

글쎄요?? 정말로 안 뛰셨남유?

며칠 전인가 골목 시장에서 그 허름한 차림에 꺼부정한(죄송합니다) 모습으로 꺼먼 비닐봉지에 뭔가를 사가지고 가시는 뒷모습을 뵈었는데 너무 아치롭고 죄스러웠습니다.

뒤쫓아 가서 인사를 드릴까 하다 말았습니다.

 

신부님. 검약도 좋고 청빈도 좋지만 제발 부모님 생각하셔서라도 식복사 좀 두세요.

만약 신부님 어머님이나 육친들이 그 모습을 본다면 그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시간이 부족하여, 오랜 정분을 나눌 짬은 없었습니다만 반겨주는 얼굴들, 그 행복한 모습,가을운동회를 하는 아이들처럼 즐거워하는 그 모습들을 오래 기억할게요.

여러분도 오늘 그 표정 그대로 늘 행복하시길 빌어 드릴게요.


(그런데 운동장을 나오면서 걱정이 하나 생기더라고요. 만약에 우리를 떠나보낸 원 신부님께서 혹 딴 데로 가신다면 그때는....? 그때에도 답십리 내 고향집은 가고 싶은 고향집일까?  시집보낸 친정어머니가 그 집에 안 계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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