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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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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hain716] 쪽지 캡슐

2004-01-30 ㅣ No.143

오랜만에 처형네를 방문했다.

동서 형님이 갑자기 돌아 가시고 나서

첫 방문이었다.

우리 각시가 오라고 해서 갔다가 하루 밤 잤다.

 

아침상에 소고기 국이 걍 군침이 돌게 한다.

엊저녁에 쐐주를 세 병이나 제겼었기 때문에

참말로 기가막힌 국이었다.

 

수저를 드는 순간 소고기를 하나 하나 일일이 골라내어

작은 그릇에 담아내었다.

 

처형 : "아니~ 고긴 왜 골라내요?"

나왈 : "처형은 멀 몰라도 한참 몰라.

       지금 광우병 땀시롱 세상이 온통 거시기 하는 판국인데 말이야~!"

처형 : "어이구~ 아무렴 수입고기로 끓였을까~ 한우예요 한우~!

       난 한우 아니면 안끓이니깐 안심하고 드셔~ 에구~!"

나왈 : "암튼 조심하는 게 상책이야~!"

       함시롱 연상 하나 하나 골라 기어이 다 건져내었다.

처형 : "오래 살고 싶어 안달나시네 그랴~!"

각시 : "그게 아니구 오늘이 금요일...."

나왈 : 눈을 흘김시롱 "쯧~" 하니깐 말하려다가 만다.

       처형은 아직 원죄의 때를 벗지 못한 사람 아닌가.

       그러니 소제 지킨단 말을 이해할 리가 없으니

       걍 가만이 잠자코 있으란 신호였다.

 

소고기국을 먹는다고 소제를 깰리가 없었다는 것쯤은 안다.

더구나 내 집이 아니니 자유스럽지 못한 관계로

처형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걍 먹어도 된다.

그런데 순간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대신속죄해야 한다는 상념이 뇌리를 파고 들었다.

나라도 깔축없이 소제를 지켜야지! 하는 생각이 앞섰다.

 

"아버지 하느님!

예수님의 수난을 보시고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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