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홍신부님 강론(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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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2002-07-17 ㅣ No.4377

욕심을 가진 것이 죄라고 고백성사를 보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욕심, 욕망이 무엇인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욕망을 끊고 모든것을 버리고 살아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영화속에서도 그런 장면들이 많이 나오지요.

모든걸 다 버리고, 끊고

수도원이나 절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말입니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사람들은

나는 저렇게 못 하는데 저 사람은 참 대단하구나--

저 사람은 성스러운 사람이고

아직도 이렇게 욕심을 못 버리고 사는 나는 참 세속적인 사람인가보다--

이런 생각들을 합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렇게 다 버린 것 같이 제스처를 취하고 들어간 사람들이

들어간후에 또 갖기 시작합니다.

수도생활을 천상속에서 사는 것처럼 찍은 영화들이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현실적인 신앙생활과 영화는 다른 것입니다.

 

우선, 사람이 가진 욕망이 나쁜 것이다--라는

이 생각이야말로 무식한 생각입니다.

이것부터 고쳐야 합니다.

사람이 욕심이 없으면 살수가 없습니다.

욕망,욕심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입니다.

energy, 심리적인 energy인 것이지요.

욕심,욕망이 없다면

애를 낳겠어요, 결혼을 하겠어요, 돈을 벌겠어요,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겠어요.

사는 것도 욕심이 있어야 사는 것입니다.

그런것이 다 없으면 죽어야죠.

좀비라고 아십니까?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고 산것도 아닌,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시체도 아닌 그런 상태를 좀비라고 합니다.

욕망이 없는 사람들은 좀비와 같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아닙니다.

욕망자체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욕망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수 있도록 충동질해주는 심리적인 energy인 것이고

이것은 주님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 욕망이 지나칠때 문제가 됩니다.

지나친 욕망, 이것을 탐욕이라고 합니다.

탐욕과 욕망은 다릅니다.

욕망은 건강한 것이고, 탐욕은 병든 욕망입니다.

탐욕은 자기만의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고

다른 사람들이 해를 입건 말건 그것에 대해서 신경을 안씁니다.

죄라고 고백해야 할건 바로 이 탐욕입니다. 욕망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탐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겠습니까.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정말 가관입니다.

탐욕을 없앤다--

불가능한 얘기를 어쩌면 그렇게 쉽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탐욕은 그 뿌리가 무지하게 깊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시작된것이지요.

내가 살아온 기간만큼 탐욕의 뿌리도 깊습니다.

몇분간, 몇시간의 기도만으로 그 뿌리를 다 잘라버릴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식한 발상입니다.

또한 탐욕은 잡초와 같습니다.

아무리 뽑아도 또 올라오고 또 올라오고 합니다.

그래서 인간의 힘으로는 탐욕을 제거하기가 어렵습니다.

 

스님들이나 기도생활좀 한다는 사람들은

대개 탐욕의 반대말이 뭐냐고 하면 ’무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무욕이란건 없습니다.

탐욕의 반대는 ’만족’입니다.

탐욕이란 결핍된 욕구,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것이고

그 반대는 무욕이 아니라 만족인 것입니다.

탐욕은 욕구가 채워져야지만 없어집니다.

하지만 만족이란 그렇게 금방 채워지는 것이 아니고

또한 내가 만족할때까지 채우려는 것은

탐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영성가들은 건강한 만족을 말합니다.

건강한 만족이란 지금 가진것에 만족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건강한 만족입니다.

 

건강한 욕망과 탐욕은 다릅니다.

슈퍼맨이라는 영화에 출연했던 크리스토퍼 리브라는 배우가 있지요.

이 사람이 말을 타다가 떨어져서 목뼈를 다치는 바람에

머리기능만 남고 육체는 식물인간이 되었습니다.

그 사람이 기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기자가 물었습니다.

굉장히 긍정적으로 살고 있는데

다치고 난 다음에도 그렇게 긍정적이었느냐고.

그는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활동적으로 살다가 하루아침에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니

수도없이 자살을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

주변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대요.

다른 건 다 망가졌지만 하느님이 머리는 살려주셨으니

머리만이라도 잘 쓰고 살아보자라고.

그랬더니 자신이 자살을 생각하는 동안에는

주변사람들이 도망을 가고 피곤해하던 것이

머리만이라도 가족과 신을 위해서 쓰자--라고 생각하니까

사람들이 자기를 찾더라는 것입니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이미 식물인간이 되버린 자기 육체를 다시 살려달라고 계속 욕심을 부렸다면

아마 자살을 했거나 주위사람들이 다 떠나거나 했을 겁니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내가 가진것이 머리 뿐이지만 머리만이라도 감사하자, 머리라도 잘 쓰자--

마음을 먹은 후부터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건강한 욕망은 자신을 살립니다.

탐욕이 자신을 망칩니다.

욕망과 탐욕은 다르다는것,

잘 구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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