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성당 게시판

좋은 생각중'내가 만나본 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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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열 [parkvm] 쪽지 캡슐

1999-08-04 ㅣ No.387

나는 보통사람들보다 돈에 민감한 편이다. 직업상 부자를 많이 상대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졸업 후 들어간 직장이 투자금융 회사였는데, 이 회사에 예금을 하려면 취소한

일정 금액이 넘어야 가능했고 주로 몇 억 단위의 거액 예금주들이 많이 찾아왔다. 이회사가

은행으로 전환하고 난 뒤에도 나는 부자들을 상대로 투자상담을 하는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업무을 계속 담당해 왔다.

그런데 고객을 상대하는 동안 나는 부자를 보는 기준이 다른 사람들의 일반적인 판단 기준과 퍽 달라졌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은행에 멋진 양복과 넥타이를 매고 반짝이는 구두을 신고 오는 손님은 별로 많이 하지 않는다.

반명에 유행지난 코트나 작업보그 또는 낚시 갈 때 입는 가벼운 점퍼 차림 등 아주 평범한 옷에다 운동화을 신고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곤 얼마 되지는 않지만 맡아 달라고 하면서 조심스럽게 돈을 내놓는데, 그런 경우 열사람 가운데 여덟 아홉은 진짜 부자들이다.

몇 해 전에 나는 부자들이 외제차를 많이 타고 다닐거라는 생각에 외제차 수입상의 구입자들을 대상으로 실무 조사를 실시했다. 그 와중에 놀라운 사실을 한 가지 발견했다.

팔려나가는 외제차의 무려60퍼센트나 1년 안에 소유주가 바뀐다는 것이었다. 사실, 진짜 부자들보다도 폼 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외제차를 더 많이 산다는 말이다.

또 어느날  나에게 큰돈을 맡기러 온 한 손님은 어느 회사에서 만들어 보내주었다면 신용카들를 꺼내어 단호히 가위로 잘라 버렸다. 내가 골프보험이 무료로 가입되는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하니 그것도 거절했다. 부자들은 대부분 남들이 돈 좀 쓰라는 것을 원수처럼 싫어한다.

우연히 미국의 백만장자가 인터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는 왜 신용카드를 쓰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간단히 답했다.

"나는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을 직접 보고 싶소."

요즘 세상에는 남 앞에서 뽐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겉으로는 뭔가 있는척하는 거짓된 모습도 흔하다.그러나 내가 만나 본 진짜 부자들의 태도와 모습은 우리의 통념과는 다르다.

그들은 검소하고 겸손하다. 돈 자랑하는 사람치고 진짜 부자를 본 적이 별로 없다. 재물이란 자기가 소유한 만큼 잘 관리하고 사용할 줄 아는 지혜의 미덕이 있으며, 그것을 과시하는 데 효용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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