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윤임규 신부님 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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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십 -
이제 파초 잎이 바람에 조용히 찢어지는 걸 지켜볼 수가 있네 진한 그늘을 머금은채 일렁이는 바람결에 말갈길처럼 자신을 풀어내리는 파초 잎 바람이 몸 속에 넘나들도록 결 따라 포기하는 걸 지켜보네
텅 빈 공간 속에 황홀하게 자리잡은 생명에 깃발 이제 빈 공간을 되돌려 주기 위해 젊음을 빗질할 시간이네 황량한 바람소리, 머리카락 마른 잎들이 바람에 부딪히며 내는 신음소리 이제 또 다른 진실로 접어드는 시간이네
생명을 지키는 일이 기도였듯이 생명을 내주는 일도 기도임을 비로소 끄덕이며 알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