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윤임규 신부님 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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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자 [pjpp] 쪽지 캡슐

2000-02-09 ㅣ No.593

 

 - 사   십 -

 

  이제 파초 잎이 바람에  조용히 찢어지는 걸

지켜볼 수가 있네

진한 그늘을 머금은채

일렁이는 바람결에 말갈길처럼

자신을 풀어내리는 파초 잎

바람이 몸 속에 넘나들도록

결 따라 포기하는 걸 지켜보네

 

텅 빈 공간 속에

황홀하게 자리잡은 생명에 깃발

이제 빈 공간을 되돌려 주기 위해

젊음을 빗질할 시간이네

황량한 바람소리, 머리카락

마른 잎들이 바람에 부딪히며 내는 신음소리

이제 또 다른 진실로 접어드는 시간이네

 

생명을 지키는 일이 기도였듯이            

생명을 내주는 일도 기도임을

비로소 끄덕이며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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