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연한테 못할 짓을 너무 많이 저질러 대서인지,
하느님이 노하셨는지 황사가 너무심해서 앞이 잘 안보일 정도이니,
달력은 벌써 4월8일이 되어 산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어나고~
우리성당에는 오늘 새로운 신자의 세례예식으로 많은 신자수가 늘어나,
오늘주말은 참으로 어두운 가운데에도 기쁜날입니다.
무심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의 속내와는 무관하게도,
누가 본다고 피고, 안 본다고, 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매서운 꽃샘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처연하게 피어올라 ~
황사먼지 받으며 피어있는 진달래꽃이 어찌나 예쁘던지요.
그래, 이렇게 흐린 날에도 기어이 봄을 데리고 오는구나 싶어,
한참 동안이나 그 진달래꽃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내려 왔습니다.
무슨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떨어진 그 자리에서 묵묵히 겨울 시련 다 이겨내고,
또 때가 되어 꽃을피우는 것이 전부입니다.
본다고 피고 안 본다고 투덜거리지도 않습니다.
때가 되면 꽃은 핍니다. 그것이 자연입니다.
달도 차면 기울고 물도 들면 빠집니다.
법도가 있거나 규율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순리에 따라 자연도 살아가는 것 이지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도, 작은 것이 모여 큰 강을 이루는 것도,
그리고 흘러흘러 기어이 바다에까지 이르는 것도 모두가 순리입니다.
유일하게 이 순리를 거스르는 생명이 인간입니다.
순리를 막고 역리를 살아야 잘 산다고 착각하는 생명이 인간입니다.
아마 인간만큼 아이러니한 생명도 드물지 싶습니다.
오만 것 가지고 있으면서도 맨날 부족하다고 타령하는 생명도 우리뿐이요.
앞으로 십 수년 먹을 것을 재워놓고 있으면서도 불안해하며,
더 모으려 안달이난 생명도 따지고 보면 우리뿐입니다.
엄청난 법체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갖은 윤리와 도덕을 배우고,
익히면서도 가장 순리대로 못사는 생명 또한 우리뿐이요,
그 숱한 법과 규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좀 채 행복해지지 못하는 생명 또한 우리 인간뿐입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모든 법의 기본이 무엇입니까?
인간에 대한 예의 아닙니까?
이 정도는 지키고 살아야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 안 준다는 마지막 한계가 법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법대로 사는 것은 최소한으로 사는 것 뿐입니다.
사실 법 이상을 살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법대로 하자” 합니다.
법 만큼도 못사니 법에 의지할 수 밖에...
그러니 법이 언제나 우리 사는 일을 앞지를 수 밖에...
예수님께서도 그 숱한 율법의 계명들을 단 하나로 요약해버리십니다.
그렇게 떠들어대는 모든 법의 이유가 무엇이냐?
“사랑이다!” 하십니다.
“사랑 말고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하십니다.
“사랑이 없으면 법 조차도 부질없는 짓이다” 하십니다.
사랑하라고 있는 것이지, 갈라 세우라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우리는 여태 아직도 그분께서 남겨주신 유일한, 많지도 않아,
딱 한 개의 계명, 사랑, 요 하나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지지 말고 그냥 하라, 하는데도 어찌나 내 머릿속은~
이리도 복잡한 생각이 많은지, 이것저것 재다보니 벌써 세상을 반이상이나 살았습니다.
하느님이 뭘 물으시겠습니까? “니 법 잘 지켰느냐?
너 십계명 성실히 지켰느냐?” 이것 물으시겠습니까?
아닙니다. 아마 하나, 이것 물으실겁니다.
“너 얼마나 사랑했느냐?”
“너 얼마나 사랑하다 나에게로 돌아왔느냐?”
“저, 원 없이 사랑했습니다.”
“저 여한 없이 사랑했습니다.” 하고,
대답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정답 입니다.
법 때문에가 아니라 그저 하느님이 가라 하시니~
모진 바람 뚫고서 다시 또 일어서는 봄의 꽃 잎파리들을 보십시오.
정말로 존경스럽지 않습니까? 하느님이 가라고 하셔서 왔고,
하느님이 오라고 하시니 돌아가는 것, 이모든것이 자연의 순리입니다.
저 역시 그 자연의 아주작은 일부일 따름입니다.
그저 복잡한거 좀 내려 놓으시고,
이제 그냥 “사랑”, 좀 하면 안 되겠습니까?
살아있는동안 만이라도 가족과 이웃과 교우들과 편히 살다갈수있도록~ 마음편히 건강하게 살다가 가진것 모두주고 떠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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