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오늘의 강론

인쇄

이성순 [won3d] 쪽지 캡슐

2001-01-03 ㅣ No.3287

1월 3일   주님 공현 전 수요일

  복음 : 요한 1,29-34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자기를 향하여 오시는 예수님을 보고‘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 저기 오신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도 세례자 요한은 자기 제자 두 사람과 함께 요르단 강가에 서 있다가 마침 예수님께서 걸어가시는 것을 보고‘하느님의 어린 양이 저기 가신다.’(1,36)라고 군중들에게 외쳤습니다. 요한 복음 사가는 요한 묵시록에서도 자주‘어린 양’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십니다.“나는 또 그 옥좌와 네 생물과 원로들 가운데 어린 양 하나가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어린 양은 이미 죽임을 당한 것 같았습니다”(요한 묵시룩 5,6∼14. 6,1∼17). 우리는 미사 때마다 사제가 영성체 직전에 성체를 높이 들고“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라고 2천년 전 세례자 요한이 고백했던 말씀을 반복합니다.

  그러면‘하느님의 어린 양’은 무엇을 뜻합니까?

  첫째는 빠스카의 양입니다. 이스라엘이 에집트를 탈출하기 전날 밤에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어린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름으로써 자신들의 생명을 건지게 됩니다. 사실상 어린 양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그러나 죄 없는 어린 양이 죽어 피를 흘렸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구원 받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바로 예수님에게서 그 속죄양이 되는 어린 양의 모습을 보았던 것입니다.

  둘째는 이사야서 53장 7절에 나오는 어린 양입니다. 그 양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양인데, 그는 온갖 굴욕을 받으면서도 입 한 번 열지 않고 참았다고 했으며, 결국 억울한 재판을 받고 처형당하는데 그 신세를 걱정해주는 자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자기 백성을 위해 말없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의 모습에서 요한은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던 것입니다.

  셋째는 출애굽기 29장 38절에서 46절에 나오는 어린 양입니다.‘그 수양을 잡고 피를 받아다가 제단을 돌아가며 주위에 뿌려라.’‘일 년 된 어린 수양을 두 마리씩 매일 바쳐야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한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성전에서 봉헌되었던 어린 양의 모습에서, 우리를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봉헌했던 예수님을 보았던 것입니다. 아오스딩과 예로니모 성인은‘어린 양은 세상의 죄를 없애시려고 오신 깨끗함 그 자체이신 예수님의 상징’이라고 말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 만민을 위해서 초라한 마구간에 태어나시고,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십자가 위에서 비참하게 돌아가심으로써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 되었습니다.

  친애하는 애청자 여러분!

  요즈음 신문 지상에 대형 부정 사건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반드시 정치가들이 연루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는 누구도‘내 탓이오.’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유행가의 가사처럼‘그건 너 때문’이라고 합니다. 모두가‘그건 너 때문’이라고 외친다면 어떻게 이 사회가 이루어 질 수 있습니까? 우리나라의 교통 사고율이 세계에서 최고라고 합니다. 며칠 전 우리 집의 봉사자 딸이 교통사고로 숨졌습니다. 방학을 맞아 전주에서 울산으로 오는 중 차안에 탄 네 명의 학생들이 모두 죽게되었습니다. 24∼5살의 꽃다운 나이에 모두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조그마한 교통 법규하나 지키지 않음으로써 젊은 학생들의 생명을 앗아간 사람은 누구입니까? IMF를 맞아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실직자가 되어 하루 하루의 삶이 눈물겨운데도 수천 억의 돈을 마치 콩고물 주무르듯이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나만이 살려고 하면 모두다 죽습니다. 서로 서로가 살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해야 합니다.

  

   이제 새천년이 시작되었고 새해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복되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는 종이 되고 어린 양이 되는 길을 가야만 합니다. 그 길이 인간적으로 매우 어렵고 험난한 길이지만 그 길만이 내가 살고 너가 사는 우리 모두가 사는 길입니다. 내 이익만 찾고 내 편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양보하고 희생해서 누군가의 빛이 되도록 합시다.

  새천년 새해에 우리 모두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도록 노력합시다.

 



1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