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거룩한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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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민 [goodtrust] 쪽지 캡슐

1999-11-30 ㅣ No.857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는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과

콩코르드 광장 사이에 시원스레 뻗어있는 이 매혹적인 거리는 크리스

마스 한 달 전부터 휘황찬란한 빛의 터널을 이룬다. 군밤장수의 구수

한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하고, 윙윙 몰아치는 찬바람에 행인들의 총

총 걸음이 붐비면서 길고 춥고 우울한 겨울이 한 발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기 시작할 무렵,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길게 늘어선 가로수마다

수백 개의 장식등이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빛의 도시’라는 별명에 걸맞게 파리시는 2.5킬로미터나 되는 샹젤

리제 거리 양쪽 가로수에 무려 30만 개의 전구를 달아, 한 해를 보내

는 아쉬움에 조바심을 치는 파리 시민들의 세모를 작은 감동과 기쁨으

로 적시어 주는 것이다.

 

  짧은 겨울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오후 4시쯤이면 가로수마자 걸쳐진

전등에 일제히 빛이 들어온다. 그러면 샹젤리제는 금세 대낮같이 밝아

지고 그 아래로는 세밑의 분주한 걸음들이 이어지는데, 참으로 인상적

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덧없고 메마른 사막 같은 도시에도 이처럼

따뜻한 사랑과 낭만이 있구나 하는 흐뭇함을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산타클로스의 성탄절(petit papa Noel)이나 <지극히 높으신 곳에서

는 하느님께 영광(Gloria in exceisis Deo)>같은 캐롤이 부평초처럼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고단한 한 해를 보낸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

하면서 샹젤리제를 감동과 기쁨으로 적시는 것도 이맘때이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프랑스의 대표적인 캐롤이라면 <성탄의 자

정(Minuit Chretiens)>이 아닐까. 프랑스 사람들은 차분하면서도 경건

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이 노래를 들어야 비로소 성탄절 기분을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1865년, 남프랑스의 아비뇽으로부터 멀지 않은 마을에 ’쁠라시드 까

뽀’라는 포도주 도매상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평범한 상인이었지만 글

재주가 있다는 다정다감한 사람이어서 가끔 시도 쓰곤 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었는지 파리에서 온 ’엔지니어 로레’와 친분을 갖게 되었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로레 부인은 마을의 주일 미사에서 노래를 불러

유감없이 그 진가를 발휘하곤 했다. 때때로 그녀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까뽀가 쓴 시를 낭송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성탄절이 가까워 오자 로레 부인은 파리에서 성악가로 활동하던 시절

함계 일했던 작곡가 ’아돌프 아당(Adolphe Adam, 1803~1856)’과 캐롤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까뽀에게 제의 했다. 마침 신자들을 위해

경건한 성가곡을 만들려고 했던 까뽀는 로레 부인의 제의를 받아들여 시

를 쓰기 시작했다.

 

  까뽀가 로레부인과 함께 서둘러 자신의 시를 가지고 파리에 도착했을

때, 아당은 병으로 몸져 누워 있었다. 그러나 신앙심이 깊었던 아당은

침상에서 까뽀의 시를 받아 작곡했다. 마침내 1858년 크리스마스 전야에

마을의 자정 미사에서 로레부인의 티없이 맑은 소프라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탄의 자정 그리스도인이여 / 신이자 인간이신 그 분이 / 우리 곁에

오시는 시간 / 우리의 원죄를 사하러 오셨다 / 온 세상에 희망과 기쁨이

충만하다 / 형제들이여 무릎을 꿇을지어다 / 너희들의 구원을 기다려라

// 노엘! 노엘! / 주의 탄생을 노래하고 찬양하라 / 노엘! 노엘!...

 

  <성탄의 자정> 혹은 작곡자 아당의 이름을 빌려 <아당의 캐롤(Le Noel

de Adam)>로도 불리며 <오 거룩한 밤(Oh Holy Night)>이라는 영어 노래

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명곡이 탄생되었다.

 

  오늘날까지도 이 곡은 성탄 자정 미사에서 테너가 솔로로 노래하여

전례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해준다. 그런데 이 노래의 시가 시골의 한

보잘것없는 포도주 상인에 의해 쓰여졌다는 사실은 성탄의 의미와 더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둡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세상에 구원의 빛과 희망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베들레헴의 초라한 말구유에서 태어났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평범함의 의미 부여이며 축복이 아닌가.

 

 

 

                                        -좋은생각 12월호 중에서...-

 

 

 

 

헤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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