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성당 게시판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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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구 [happyplus] 쪽지 캡슐

2000-10-15 ㅣ No.713

내 가슴에 별이 지는 이름

존재 자체로

내게 기쁨을 주는 친구야

오늘은 산숲의 아침 향기를 뿜어내며

뚜벅뚜벅 걸어와서

내 안의 한 그루 나무로 서는

그리운 친구야

 

때로는 저녁 노을 안고

조용히 흘러가는 강으로

내 안에 들어와서

나의 메마름을 적셔 주는 친구야

어쩌다 가끔은 할 말을 감추어 둔

한 줄기 바람이 되어

내 안에서 기침을 계속하는

보고 싶은 친구야

 

보고 싶다는 말 속에 들어있는

그리움과 설레임

파도를 출렁이는 내 푸른 기도를

선물로 받아주겠니?

늘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할 때

방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아주던

따뜻한 친구야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모였다가

어느 날은 한편의 시가 되고

노래가 되나 보다

 

때로는 하찮은 일로 너를 오해하는

나의 처무니 없는 옹졸함을

나의 이기심과 허영심과 약점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이해의 눈길로 감싸 안는 친구야

하지만 꼭 아픈 충고를 아끼지 않는

진실한 친구야

 

내가 아플 때에

제일 먼저 달려 오고

슬픈 일이 있을 때엔

함께 울어 주며

기쁜 일이 있을 때엔

나보다 더 기뻐해 주는

고마운 친구야

고맙다는 말을 자주 표현 못하지만

세월이 갈 수록

너는 또 하나의 나임을 알게 된다

너를 통해 나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기뻐하는 법을 배운다

 

너의 그 깊고 넓은 마음

참을성 많고 한결같은 우정을 통해

나는 하느님을 더욱 가까이 본다

늘 기도해 주는 너를 생각하면

나 또한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마음까지 훤히 들여다 보는

네 맑고 고요한 눈을 생각하면

나는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다

나는 너에게 끝까지

성실한 벗이 되어야 겠다고

새롭게 다짐한다

 

우리가 서로 이해 못해

힘들 때도 있었지만

화해와 용서를 거듭하며

오랜 세월 함께 견뎌온 우리의 우정을

감사하고 자축하며

오늘은 한잔의 차를 나누가

우리를 벗이라고 부르는 주님께

정답게 손잡고 함께 갈 때까지

우리의 우정을 더 소중하게 가꾸어 가자

아름답고 튼튼한 사랑의 다리를 놓아

많은 사람들이 춤추며 지나가게 하자

 

누구에게나 다가가서

좋은 벗이 되셨을 주님처럼

우리는 모든 이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행복한 이웃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벗이 되자

이름을 부르면 어느새 내 안에서

푸른 가을 하늘 열리는

그리운 친구야

 

ps

원신부님이 오늘 강론 시간에 낭송해주신 ’친구에게’라는 시입니다..

그래요, 예수님이 누구에게나 좋은 벗으로 다가서는 것처럼 나도

행복을 선사해주는 멋진 벗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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