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헨리꼬 신부님의 강론을 듣고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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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근 [cleaneyes] 쪽지 캡슐

2004-10-23 ㅣ No.4714

요즘 8시 미사를 집전해주시는 헨리꼬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들으며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는 믿음의 종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해 보면서 강론에 대한 보답으로

제가 종하하는 글 한편 올립니다

 

그해 첫눈이 펑펑 내리던날

엉금엉금 기어가는 마지막 호송차는 만원이었지요

그 바람에 규정을 어기고 나는 그 여자 앞에 앉혀지게 되었습니다

눈송이 날리는 창밖만을 하염없이 내다보던 그 여자는

누군가 내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놀라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검은 눈이 어는덧 젖어있었습니다

자기는 아이둘 가진 노동자인데 교통사고로 들어와서 합의를 못보다가

오늘에야 나가게 되었다고

내 시를 노래로도 부르고 이야기 많이 들었다고

 

항상 죄송하고 마음 아팟다고....

 

눈이 내리니 어두운 세상도 참 고와 보이네요

아까 내내 창밖을 바라보며 저 이런 생각을 했어요

죄수복에 포승줄 묶인 내 모습이 차창밖에 비치는게 그렇게도 싫었는데,

아니야 아니야 나야말로 이모습 이대로 죄인이구나

난 지금까지 좋은 세상을 바라면서

노조에도 참여하고 가진자들 욕도하고

잘못된 생각을 확바꿔야 한다고 원망도 많았는데

이제 생각하니 그게 다 도둑놈 마음이었어요

죄가 어디 홀로 지어지는 건가요 다 수많은 관계속에서 죄짓고 사는 건데

 

저들의 큰 죄속에는 제 자신의 죄가 스며들어 있고

제 욕심과 비겁함과 힘없음이 저 들을 더 크게 더 거칠것 없이

죄짓도록 부추겨온 건데요

제자신이 먼저 참되고 선하고 정의롭지 않고서

어떻게 세상평화와 정의를 바랄수 있겠어요, 도둑 마음이지요

가진자들의 이기심과 부정부패는 사납게 비판하면서도

왜 제 자신의 탐욕과 작은 부정들은 함께 보지 않았을까요

왜 내탓이요 내탓이요만 외치고 제탓이오가 없었을까요

제탓이오 제탓이오 그리고 네 큰탓이오!' 라고 해야 옳은게 아닐까요

왜 저는 못갖는 한이 아니라 안가지는 긍지를 지닌 떳떳한 인간으로

진실로 당당한 노동자로 사회정의와 평등을 요구하지 못했을까요

첫눈 내리는 오늘밤에야 제가 자유의 몸이 된다니까

지난 삶이 부끄럽게 돌아봐지네요

 

좋은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전 솔직히 공짜로 바란거에요

좋은세상 , 좋은 세상 하면서도 솔직히

가진자들의 부귀와 능력을 시샘하면서

좋은 세상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 몫의 행복을 훔치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며 살아온 것입니다

선생님을 뵈니 더욱 죄송하고 자꾸만 눈물이 나네요

 

어디 좋은 세상이 저절로 오나요, 단번에 오나요,우리 빼앗긴 게

한꺼번에 되찾아 지나요

설사 빼앗긴 돈돠 권리는 되찾을수 있을지라도   

빼앗깃 삶과 인간성과 제 상한 영혼은 어디에서 찾을까요

내가 먼저 좋은 사람으로 변하려는 노력없이

또 가난한 제 돈과 시간과 관심을 쪼개서 참여하고 보태려는

구체적인 실천없이 좋은 미래를 어디에서 누구에게 바랄수 있겠어요

좋은 세상은 어찌보면 우리안에 이미 와 자라나고 있는건데,

 

지금 나부터 그렇게 살면되는 건데 , 좋은 사람으로 살면서

하루하루 생활속에서 어깨를 맞대고 착실히 힘 모아 나가면

사실 저들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데

선생님, 저 이제 나가서는 잘 살겠습니다 좋은세상 함께 이루어가는

좋은 사람이 되도록 제자신과도 싸우면서 그힘을 보태겠습니다

 

제가 힘들면 자주 읽는 박노해 시인의 그여자 앞에서 무너져 내리다의 일부 입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하느님께 감사하며 사는 믿음의 종들이 되시기를 바라며 이만 줄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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