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우리는 이미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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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07-29 ㅣ No.5187

 

 

인도를 여행하던 어느 날, 나는 여행을 안내해 주는 한 인도인 친구와 함께 버스에 앉아 있었다. 그 친구는 카스트 계급 가운데 수천 년 동안 사람들로 부터 차별을 받아 온 계급에 속해 있었다. 창 밖 풍경을 감상하던 나는 그 친구가 몹시 긴장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내가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말했다.

"안심해요. 난 이미 여행을 즐기고 있어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요."

정말로 그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안심을 시키자 그 인도인 친구는 이내 의자에 등을 기대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또다시 긴장하고 있었다. 그를 보는 순간, 나는 지난 수 천 년 동안 계속돼 온 투쟁을 발견했다. 그 친구 안에서, 그리고 카스트 계급 전체에서 일어난 투쟁을, 나를 안내하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투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육체와 마음속에서 투쟁을 벌이는 습관이 있다. 오리는 오직 미래에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이미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고 더 이상 여행할 필요가 엇으며, 우리가 이미 여기에 있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평화와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은 이미 충분하다. 우리는 단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곧바로 그것들과 만날 수가 있다.

버스에 앉아 있으면서, 그 인도인 친구는 여전히 지금 이 순간에 있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나를 편안하게 해줄 것인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이미 내가 편안한데도. 그래서 나는 그에게 지금 이 순간에 있으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그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그렇게 해오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는 그것이 거의 습관처럼 굳어져 있었다.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해 우리가 내린 뒤에도 그 친구는 여전히 마음을 놓지 않았다. 나의 인도 여행은 매우 만족스러웠고, 그는 훌륭한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지금도 긴장하고 있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 많은 이유를 갖고 있다. 대지는 우리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우리를 참고 기다려 준다. 우리가 고통받는 것을 볼 때마다 대지는 우리를 보호해 준다. 대지를 안식처로 갖고 있는 한 우리는 어떤 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죽음까지도.

깨어 있는 마음으로 대지 위를 걸어갈 때, 우리는 나무와 숲, 꽃과 햇빛으로부터 생명을 얻는다. 대지와 접촉하는 것은 우리에게 평화와 기쁨을 주는 매우 뜻 깊은 수행이다.

우리는 대지의 자식들이다.

우리는 대지에 의지하고, 대지는 우리에게 의지한다. 대지는 아름답고, 새롭고, 푸른 느낌을 줄 수 있는 반면에 또한 황량하고, 건조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대지로부터 어떤 느낌을 받는가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걷는가에 달려 있다. 깨어 있는 마음으로, 기쁨과 집중력을 갖고 대지와 만나라. 그러면 대지가 그대를 치유할 것이고, 그대는 대지를 치유할 것이다.

대지와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는 명상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천천히 걸으면서 대지를 어루만지고, 한 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기쁨과 행복의 씨앗을 심으면서 자신의 호흡을 자각한다.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갈 필요가 없다. 모든 발걸음마다 우리는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는 것이다.

걷는 명상을 할 때 우리는 매 순간 도착한다. 우리의 진정한 집은 이 순간에 있다. 우리가 현재의 순간 속으로 깊이 들어갈 때, 우리의 후회와 슬픔은 사라지고, 우리는 삶이 수많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한다. 숨을 들이쉬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말한다.

"나는 도착했다’

그리고 숨을 내쉬면서 말한다.

’나는 집에 있다’

이와 같이 할 때, 우리는 산만한 삶에서 벗어나 현재의 순간 속에 평화롭게 머물게 된다. 우리가 살아 있는 유일한 순간은 바로 현재의 순간뿐이다.

’나는 도착했다.

나는 집에 있다.

바로 여기에, 지금 이 순간 속에.

나는 존재의 중심에 서서 흔들림이 없다.

나는 자유롭다.

절대 세계 속에 나는 머문다’.

우리는 다른 어느 곳에 도착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무덤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왜 서둘러 그곳으로 가려고 하는가? 왜 지금 이 순간의 삶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가?

내가 모물고 있는 자두 마을에서 하는 모든 명상은 다름 아닌 도착하는 명상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나 달리며 살아왔지만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디 때문이다. 자두 마을에 오려면 그대는 도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평생 동안 달릴 것이고, 그대의 자식들 또한 그렇게 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는 여러 세대에 걸쳐 달리면서도 자신의 진정한 집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진정으로 도착해서 마음의 평화를 느끼기 위한 명상이 우리가 해야 할 핵심적인 수행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진정한 집으로부터 멀어져 있다. 도착하지 않는다면 그대는 행복할 수 없고 편안히 쉴 수도 없다.

유태인들만 수천 년 동안 집을 찾아 돌아다닌 것이 아니다. 우리 역시 편히 쉴 곳을 찾아 수천 년을 헤매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곳을 찾지 못했다. 인류 역사상 불과 몇 안 되는 사람만이 그곳을 발견해서 평화를 얻었다. 그들은 행복하고 흔들림이 없다.

만일 그대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면, 너무 오래 달리고 있다면, 너무 피곤하다면, 이제 도착하는 수행을 해야 할 때다. 이제 그만 달리는 것을 멈추라. 왜냐하면 우리는 나날의 삶 속에서 계속해서 달리고 있고, 심지어 꿈속에서도 달리기 때문이다. 때로 우리는 발로 달리지 않고 마음속에서 달린다. 그대는 결코 쉬지 못한다.

인간의 마음은 원숭이의 마음과 같다.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결코 멈출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바로 원숭이의 마음이다. 언제나 무엇인가를 찾지만 결코 발견하지는 못한다. 우리는 우리 안의 원숭이를 껴안고 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면 그대는 도착할 수 있다.

자두 마을에 올 때, 그대의 목적은 철학이나 팔리어, 산크리트어, 티벳어, 베트남어를 배우려는 것이 아니다. 그대가 자두 마을에 오는 목적은 그대 안의 고통 받는 아이를 껴안는 법을 배우기 위함이다. 그대 안에 있는 굶주린 영혼, 소란스런 원숭이를 껴안기 위함이다.

나는 집에 있다. 그대 또한 집에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고요히 가라앉고 고통을 감싸안기 위해 어떤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원숭이가 거기서 소란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가 거기서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에게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소란을 멈추게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깨어 있는 마음은 바로 그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깨어 있음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멈추고, 치유하는 힘을 갖고 있다.

숨을 들이쉬면서 두 걸음을 걸으며 그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도착했다. 나는 도착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명상법이다. 그리고 숨을 내쉴 때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집에 있다. 나는 집에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렇게 하라. 단순히 말로만 하지 말고 그것은 온몸으로 느끼라.

’나는 도착했다’라고 말할 때 그대는 진정으로 그 순간 속에 도착해야 한다. 달리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대 안에서 그리고 그대 밖에서. 그대는 이제 천천히 걸으면서 더 이상 뛰지 않는다. 하지만 그대 안에서도 달리지 않는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그대는 뛰는 것을 멈춰야 한다. 지금 이곳에 도착해야 한다. 만일 그대가 걷는 것을 잊어버리고 길을 잃는다면, 원숭이가 앞으로 나설 것이다. 그러면 그대는 자신으로 돌아가 원숭이를 다시 껴안는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는 그대여, 우리 함께 걷자."

단 며칠 만 걷는 명상을 해도, 우리는 커다란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삶의 매 순간마다 마음의 평화를 얻는 법을 배울 것이다. 우리는 미소를 지을 것이고, 그러면 우주 도처에 있는 수많은 붓다들이 우리에게 미소로 화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평화가 너무도 깊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것은 우리의 조상들과 미래의 세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온 우주로 퍼져 간다. 그러므로 우리의 미소가 모든 존재들을 돕는다. 우리의 아이를 잘 키우려면, 우리는 단지 다툼을 멈추기만 하면 된다. 평화는 우리의 모든 발걸음마다에 있다. 우리는 이미 도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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