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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 지역 교회의 세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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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9-01-13 ㅣ No.10562

세계 각 지역 교회의 세례성사

 

 


 
▲ 브라질에서 한 아기가 유아세례를 받고 있다.
 
▲ 필리핀 영유아들이 축복 속에 세례를 받고 있다.
 
▲ 베트남에서 유아세례를 하고 있다.
 
▲ 사제가 일본 소년에게 크리스마 유를 바르고 있다.
 
 
[주님 세례 축일 기획]

전통·문화 달라도 주님 안에 한 자녀

하늘이 열렸다. 비둘기 모양의 성령이 사랑하는 아들, 그분의 마음에 드는 아들의 머리 위로 내렸다. 세례자 요한의 손 끝이 아들의 이마에 올려지는 순간, 사람의 아들은 오랜 준비기간을 끝내고 요르단 강에서 구원을 위한 메시아로 거듭났다. 이 날 예수 그리스도는 세례를 통해 공적인 생활의 시작을 알렸다.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 우리를 위하여 못 박히고 죽으셨으며 사흗날에 부활함'으로 완성되는 구원사업의 첫 문을 연 것이다. 우리 역시 세례성사를 통해 죄에서 해방돼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났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 모두는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서 한 가족이 된다.

로마 가톨릭 전통을 따르고 있는 우리 교회는 보편성을 띄고 있으면서도 나라마다 세례성사를 준비해온 역사와 과정이 조금씩 다르다.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각 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물과 성령으로써 세례를 받고 하얀 색의 옷과 촛불로 새로 태어난다는 점이다. 주님세례축일을 맞아 각 나라에서 세례성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살펴보며 세례를 받고 다시 태어났던 그 날의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을 다시금 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 브라질(가톨릭 국가) - "90% 이상 유아세례 통해 입교"

브라질 사람들은 안부를 묻는 말에 성인 남녀는 물론 꼬마 아이들까지도 이렇게 답한다. "그라사스 아 데우스(Gracas a Deus)" '하느님의 은총으로!'라는 뜻이다. 오랜 가톨릭 전통을 갖고 있는 브라질 신자들의 생활 깊숙한 곳에 하느님이 함께 하고 계신다.

1500년 경 브라질을 발견한 포르투갈은 전 식민지의 가톨릭국가화 정책에 따라 브라질을 가톨릭 국가로 선포했다. 남미탐험대와 동행했던 예수회 선교사들은 이러한 정책 하에 선교를 하며 나라의 기초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브라질 원주민들은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됐다. 전체 인구 중 신자 비율이 2008년 현재 75%에 달하고 그 중 90% 이상이 유아세례를 통해 입교하고 있다는 것은 가톨릭 신앙이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전통과 관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말해준다.

유아세례예식은 한국과는 달리 미사와 별도로 진행된다. 주례신부가 세례 받을 아이의 가족, 대부모와 친지들을 모아 놓고 흰 옷을 입은 생후 1개월의 영아에게 세례를 준다. 마치 가족행사와 같은 풍경이다. 이렇게 영세한 아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성당에서 교리를 받고 첫영성체를 한다.

나머지 10%의 가톨릭 신자들은 성인이 된 후 입교한다. 브라질 사람들 속에 깊이 뿌리 내린 가톨릭 신앙은 예비신자 교리나 세례성사를 엄숙한 종교 입문 절차라기보다는 친근하고 익숙한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 필리핀(가톨릭 국가) - "자녀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신앙"

아시아 유일의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은 전체 인구의 83.6%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1521년 마젤란이 사마르섬에 첫 발을 내딛고 세부에 도착해 전교함으로써 복음이 전파됐다. 그 후 포르투갈 선교사들에 의해 본격 성장했다.

대부분의 필리핀 신자들은 생후 한 달 안에 유아세례를 받고 아이의 부모가 성당에 와 등록한 다음 2~3시간에 달하는 교육을 받는다. 필리핀 부모들은 가정 안에서 교리를 가르치고 모든 면에서 신앙적 본보기가 되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한다.

자녀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는 인식에서다. 유아세례를 받을 때에도 20명까지 대부모를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 아이는 그만큼 더 많은 이의 보호와 기도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이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 정규과정의 일부로 첫영성체 교리교육을 받는다. 인근 성당에서 파견 나온 교리교사들이 강의를 맡는다.

전 국민의 98.5%가 종교활동을 하고 있을 정도로 특별한 종교적 신심을 지닌 필리핀에서 어른들이 세례를 받는 경우는 대개 개종을 통해서다. 이들이 입교하는 과정은 비교적 쉽다. 몇 달의 교육을 거치거나 3시간 정도의 세미나를 통해 가톨릭 기본 교리를 배우기만 하면 바로 세례성사를 받을 수 있다.

◎베트남(비 가톨릭 국가) - "박해 이겨낸 선조들 믿음 본받아"

베트남에 천주교가 전래된 것은 1533년 프랑스인 선교사 이냐시오 신부에 의해서다. 그 후 160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1000년이라는 유교식 중국문화 전통과 과반수를 넘는 높은 불교 신자, 공산주의의 혹독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 7.5%, 약 800만명에 달하는 가톨릭 신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118명의 성인을 배출한 국가다.

1954년 제네바협정 이후 북베트남의 65만명에 달하는 신자가 종교의 자유를 위해 남베트남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1975년 베트남을 장악한 사회주의 정권은 혹독한 종교 탄압정책을 폈다. 신자들은 세례를 받기 위해 성당이 아닌 작은 방에 모여 몰래 교리공부를 했다. 모든 종교 서적 출판이 금지됐기 때문에, 수도자들은 교리서적을 복사해 신자들에게 전해줬다.

가끔 사제들이 방문해 돌보기도 했지만 대부분 신자들끼리 공부하고 우리나라 초대교회 때의 가성직제도처럼 신자들끼리 세례를 줬다. 1990년대부터 종교자유가 허용되기 시작하면서 성당에서 하얀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성 신자가 세례를 받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여전히 선교활동과 사제서품, 신학교 입학 등에는 정부의 제한이 따르지만, 세례성사의 은총 만큼은 부담없이 누릴 수 있게 됐다.

◎일본(비가톨릭 국가) - "꼼꼼하고 철저하게 세례 준비"

1549년 예수회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에 의해 시작된 일본 가톨릭 교회 역시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혹독한 박해를 받았다. 1587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금교령을 시작으로 1637년 시마바라의 난이 일어나 천주교인 3만 여명이 목숨을 잃기까지 수많은 순교자가 생겨났다.

이때부터 시작된 이른바 '잠복 기리스탄 시대'는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세례성사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일본 교회의 전통에 영향을 줬다.

일본 교회는 보통 부활절을 끝내고 예비신자들을 받는다. 매주 1회 1시간씩 1년 과정의 예비신자 교리교육 기간을 거쳐 다음해 부활절에 세례성사를 준다. 출석률이 저조하거나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신자가 있을 경우 담당 사제에 따라 2년~2년 반의 기간을 거치기도 한다.

아이들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1년간 주일학교에서 첫영성체를 위한 교리교육을 받게 하는 등 어릴 때 부터 신앙 교육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흰 옷을 입고 촛불을 밝히는 예식은 역시 같다.




임양미 기자 sophia@catholictimes.org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신문  200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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