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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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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옥 [yimariaogi] 쪽지 캡슐

2007-02-27 ㅣ No.7377





사순 제 1 주일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글 : 최인호 베드로 악마는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예수를 떠나갔다.-<루가 4,1-13> 그리스가 자랑하는 니코스카찬차키스(1883-1957)는 ≪희랍인 조르바≫란 소설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사람입니다. 평생을 신(神),영혼, 자유, 죽음과 같은 문제에 매달려온 이 작가는 1953년 ㅡ<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이란 작품을 발표합니다. 카찬차키스는 예수께서 광야로 나가서 악마의 유혹을 받았던 장면에서 이 작품의 구상을 떠올렸던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악마로부터 세 가지의 유혹을 받습니다. 그 첫번째는 물질의 유혹을 물리친 예수께 악마는 세상의 모든 왕국을 보여줌으로써 명예와 쾌락의 미끼를 던집니다. 이 유혹 역시 물리친 예수께 악마는 마지막으로 '하느님과 대등한 힘'을 가져보라고 절대 권력의 덫을 던집니다. 주님께서는 악마의 이 세 가지 유혹을 물리치므로써 마침내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는 전도를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악마의 유혹은 끝이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루가복음>은 이를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악마는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예수를 떠나갔다.' 카찬차키스는 바로 이 한 구절에서 소재를 떠올린 것이다. 그는 모든 유혹을 물리친 예수께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떠나간 악마가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유혹하였을까 하고 깊이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물론 루가는 분명히 '다음 기회를 노렸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그다음 기회가 언제라고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카찬차키스는 이 다음 기회의 유혹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소설화하였던 것입니다. 그는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셨을 때 그 고통 속에서 악마가 찾아오는 것을 마지막 유혹으로 보았습니다. 악마는 황금과 명예와 권력을 물리친 예수께 이번에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보여줍니다. 예수께 마리아와의 결혼생활을 보여주면서 사랑하는 여인 마리아와 아이를 낳아 기르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카찬차키스는 이 '평범한 가족의 유혹'이야말로 최후의 유혹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인생의 말년에 이르는 70세에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이라는 작품을 발표하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예수를 지나치게 인성(人性)으로 보았다 하여 그 다음해에 교황청으로부터 금서목록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예수를 인간으로만 파악하려는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시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예수를 떠나갔다.'는 그 한 구절에서 예수께 찾아온 그 마지막 유혹이 무엇일까 생각한 그의 작가적 통찰력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합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좋은 묵상의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에게 찾아온 악마의 마지막 유혹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한번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카찬차키스의 기도를 소개하겠습니다. "나는 당신의 손에 쥐어진 활입니다. 주님, 내가 썩지 않도록 나를 당기소서. 나를 너무 세게 당시지 마소서, 주님. 나는 부러질지도 모릅니다. 나를 힘껏 당기소서, 주님. 내가 부러진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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