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복음에서 백인대장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만났을 때 예수께 하느님의 거룩함을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시몬 베드로는 예수의 발 앞에 엎드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루가 5,8) 베드로는 너무나 많은 고기가 잡힌 것을 보고 겁을 집어먹었던 것이다. 그는 예수님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을 향할 때 인간은 자신의 죄스러움을 체험하게 된다. 이것은 하느님께 돌아선 결과이며 회개의 결과이다. “회개하여라,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또 백인대장은 치유의 능력이 말씀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하면서 백인대장은 예수님의 말씀을 권위있는 말씀, 명령으로 본다. 이 말씀은 그 자체로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한 말씀은 말하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건 없건 언제나 구원의 능력으로 가득차 있다. 그 말씀은 치유를 베풀고 타락한 세력을 추방하기에 충분하다. 말씀 안에는 예수님의 인격과 그분의 영향력이 현존한다. 믿는 마음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그 말씀은 구원을 가져다 주는 힘이 있다. 종의 병이 나았다. 죽음에서 구원되었다. 병든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던 힘은 주인의 연민과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사라졌다. 능력으로 가득찬 예수님의 말씀이 그 하인을 위해 효력을 발휘하였다. 자주 기도를 드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공허한 것을 느낄 때 말씀은 나에게 어떤 힘도 발휘할 수 없다. 아니,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하느님은 ‘함께’하시지만 내 안에 갇혀 아무런 힘도 능력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 백인대장이 느낀 그 ‘죄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은총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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