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나를 따르라(11/30) *

인쇄

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1-30 ㅣ No.3796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2004-11-30)

독서 : 로마 10,9-18 복음 : 마태 4,18-22

*  나를 따르라  *

그때에 예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걸어가시다가 베드로라는 시몬과 안드레아 형제가 그물을 던지고 있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하시자 그들은 곧 그물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 예수께서는 거기서 조금 더 가시다가 이번에는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 형제를 보셨는데 그들은 자기 아버지 제베대오와 함께 배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예수께서 그들을 부르시자 그들은 곧 배를 버리고 아버지를 떠나 예수를 따라갔다.
(마태 4,18-­22)


안드레아 사도는 베싸이다에서 태어나 세례자 요한의 제자로 그리스도를 따랐고 자기 형 베드로를 예수께 인도했다. 필립보와 함께 이방인들을 그리스도께 인도했고 빵과 물고기를 가지고 있는 소년을 소개했다. 전승에 따르면 안드레아 사도는 성령강림 후 여러 지역에 복음을 전하다가 아카이아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순교했다고 한다.
예수님의 말씀은 약속이며 동시에 부르심이기도 하다. 그들은 어부라는 직업을 버렸다. 아버지와 집과 모든 것을 버렸다. 새로운 성취 수단을 발견한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그분을 따랐다. 스승의 메시지, 스승의 삶의 양식, 가르침을 따랐다. 이제부터 그들은 이제 예수님과 하느님의 왕국과 사람들을 낚는 일에 완전히 바칠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예수님과 구체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예수님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오늘 살아 계시고 나에게 말을 건네시고 내 말을 들으시고 나와 함께 계신 분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마치 베드로와 안드레아가 “나를 따라오너라”는 예수님의 부르심을 듣고 바로 그물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랐듯이 그렇게 구체적으로 응답을 드리는 것이다. 주님은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하신 것도 부르심으로 시작하셨고, 망가진 인간을 다시 구원하시는 데도 부르심으로 시작하셨다. 예수님을 믿고 따른다고 하면서 예수님 따로 나 따로 생활한다면 그것은 신앙생활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응답 드리는 삶이 아니다.
‘나를 따라오너라’는 말씀은 베드로와 안드레아에게만 하신 것이 아니라 오늘 이 말씀을 읽는 나에게도 하신다. 그러니 이 말씀을 읽는 나는 베드로와 안드레아가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듯이 예수님을 따르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의 말씀은 오늘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시다.
오늘 ‘나를 따라오너라’고 부르시는 예수님을 따라가야 할 길은 어디인까? 나의 구원을 위해 구체적으로 응답을 드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사람 낚는 어부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예수님을 따르려면 반드시 내가 버려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일까? 오늘 내 삶이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든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을 드리는 생활이 되도록 은총을 청한다.

최기도 수사

-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

나에게
그대는 편한 사람

그대로 인해 사랑의 문이
열릴 수 있음은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소문도 없이 다가온 그대
약속도 없이 다가온 그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중에서 만났지만
아무런 말 없이도
가까울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그대가 있어
이 세상은 새롭게 변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연인이 되었습니다

그대는
나에게 좋은 사람
나에게
그대는 사랑하는 사람

- 용혜원의 詩중에서 -


님을 초대합니다

† 【 안나의 묵상나누기 】 †

† 내가 버려야 하는 것 †

"나를 따라오너라'는 말씀은 베드로와 안드레아에게만
하신 것이 아니라 오늘 이 말씀을 읽는 나에게도 하신다.


얼마전 선종하신 유광수 야고보 신부님의 《렉시오 디비나》에 관한
다섯 강의를 들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성서에 나오는 인물들의
삶이 바로 앗! 나의 삶이라는 것이다. 성서의 인물이 바로 '나'
주인공이라는 것을 동영상 강의를 듣고 노트를 정리하며 신부님 열강
의에 푹빠졌던 지난 5월이었다.깊은 감동으로 와닿았으며 어렴풋했던
것들에 대해서 확신을 갖게 되었고 부르심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다시금 "나를 따라오너라"는 주님의 말씀이
바닷가의 파도 소리와 함께 들린다. 아직도 머뭇거리는 내 모습이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자신이 있다. 망설임은 후퇴일뿐 도움이 안된다.

이제는 결단의 시간이 왔다.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또 한 번의 삶
의 커다란 기회를 놓칠 것이기에 그렇다. 묵상 글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어보았다. 어느 한 구절 숨을 쉴 수가 없이 몰아 세운다.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되는 시간이기에 그럴 것이다.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오늘 살아 계시고
나에게 말을 건네시고 내 말을 들으시고 나와 함께
계신 분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내 삶 속에서 수없이 말씀하고 계시지만 늘 나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으니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언제나 주님! 저는 아니지요, 이 만
큼만하면 되겠지요/내 눈에는 이것만으로도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주님은 삶 전체를 요구하신다는 것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들
려오는 소리일찐데 이제는 더 거절할 수도 없는 것이다.그래서 결단
을 내려야 됨을 느끼는 것이다.

오늘 "나를 따라오너라'고 부르시는 예수님을 따라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나의 구원을 위해 구체적으로 응답을 드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사람 낚는 어부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예수님을 따르려면 반드시 내가 버려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일까?


지난 8월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돌아갔을 때 담당교사가 새로 오셨다.
그 때부터 공부의 리듬이 깨지기 시작했는데 이번 고국방문을 다녀온
후로 힘든 시차적응과 시모님의 편찮으심으로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리
게 되었다. 아무리 추스려도 집중이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몇일이 아니라, 돌아온 내내 많은 생각을 하였다.흥미가 없으니 1시간
이 왜 그렇게 긴 것인가. 나중에는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이들이 학교
가기 싫으면 배가 아픈 것처럼 앗!나도 그런 증상이 오는 것이다. ^^

그리고 어제 남편과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혼의 깊숙한
이야기를 꺼내기는 아직 힘들지만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들에 대
해서 심각하게 의논을 한 것이다.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는 미국역사
가 아니라 성당에 가서 신부님의 강론을 알아듣고 싶은 것이다.

앞으로 내가 이 땅에 살아가면서 적응하려면 언젠가 쟙도 갖어야 되고
그것을 위해 생활영어가 필요한 것이지.../GEO 코스를 통과하기 위한
수학과 그 이외의 많은 과목의 공부가 내게는 흥미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재미있다.하지만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
해봐야만 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될 것인가. 주님을 위해서 내 삶을
드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되는 것인가.진정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를...생각하고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내가 관심이 있어야 재
미가 나는 것이다. 재미가 나야 그 일이 내게 지루하지 않은 것이라고
나는 늘 젊은 친구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이젠 나 자신에게 말하면서 이렇게 결정하였다. 이왕이면 매일 성서를
영어로 읽고 그 날의 미사를 드리겠다는 것이다.전례에 나오는 순서를
모두 외워서 우선은 그것만이라도 확실히 알아듣는 일부터 시작하겠다.

물론 예전에 비하면 지금으로서도 전례를 따라가기에는 충분하다.그러
나 내가 관심있어하는 성서말씀을 영어로 공부해서 언어해소를 하겠다
는 것이다. 조금 더디게 생활영어가 터득되어질 수도 있겠지만 괜찮다.

남편도 동의를 해주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내 곁에서 박수를 쳐주기에
내 이야기를 귀기울여 주었고, 내 결정에 따라주어서 학교는 중도하차
하기로 했다. 학교 가는 오전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고 정오 미사를
드리고 집에 돌아오면 점심 준비하여 남편 출근시키면 되는 것이다.

아마 시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오전에 학교를 이르게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님을 그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또 T.V를 틀면 언제나 채널 21번을
틀어서 미사 드리는 것에 관심있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해낼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언어를 가장 빨리 익히려면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라 생활전선에 뛰어
들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시모님과 쎄쎄쎄하기로 했다. 그리고 원하는 일거리를 찾아 언어를 준
비하기로 한 것이다.

마음이 아주 편한다. 왜냐하면 내가 허상으로 꿈꾸던 것들을 놓아버렸
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GEO(검정고시)코스를 합격해서 대학으로 들어
가기란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나니 편해진 것도 있지만/앗!내가 진정
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니다!.
내가 버려야 할 것들을 정리해서 그렇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돌고 돌
았던가. 주님만을 알고 싶다고 하면서도 어느 하나를 포기하지 못하고
늘 가슴에 꿈둥이를 안고 살아가는 미련한 내 모습을 청산한 것이다.
조금은 바보스럽게 보일지라도/혹 조금은 더딜지라도 이제는 가파르고
외로운 길로 들어서서 주님의 말씀과 하루 종일 씨름을 하겠다. *^^*

그렇다면 성서를 읽는 것만이 삶의 전부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기
바란다. 그동안 안나는 앗!나를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했어야만
했다. 진정 주님을 위해서는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삶이란 그렇게 만만치가 않은 것임을 다시한번 느낀다. 굽이굽이 결정
해야 할 일이 우리에게는 항상 놓여져있다.하지만 나의 촛점이 언제나
주님께서 나를 부르신 그 '부름'에 맞춰져 있다면 어느 날인가는 나를
통하여 이루고자 하시는 것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오늘 묵상은 오랫만에 자신감있게 써내려간다.무거운 짐들이 벗겨진듯
가볍다. 몇 일간 나를 힘들게 하고 혼란스럽게 했던 것들이 나의 삶을
오히려 한 발자욱 더 힘차게 나아가게 해준 것이다.

제목인 "나를 따르라"는 말씀이 오늘은 하나도 버겁게 들리지 않는다.
이제 진정 주님을 따라가고자함에 성큼 한 발을 내디뎠다.외로운 길로
접어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서 결정한 것이기에 단어가
눈에/ 귀에/ 입에/ 쏙쏙 들어 올 것이라 생각된다.

주님, 눈도,귀도 입도 열어주시옵소서!...


안나가요*^^*

 


7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