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위치 선택(1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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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2-02 ㅣ No.3800

대림 제1주간 목요일 (2004-12-02)

독서 : 이사 26,1-6 복음 : 마태 7,21.24-27

*  위치 선택  *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더러 ‘주님, 주님’ 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한 말을 듣고 그대로 실행하는 사람은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과 같다. 비가 내려 큰물이 밀려오고 또 바람이 불어 들이쳐도 그 집은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한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사람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비가 내려 큰물이 밀려오고 또 바람이 불어 들이치면 그 집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마태 7,21.24-­27)

오늘 아침,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문득 나는 하느님 앞에서 얼마나 많이 뜻도 없는 말을, 제대로 행하지도 못할 말들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걸음을 돌려 다시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집에 가서 딱히 급하게 해야 할 일도 없으면서 뭐가 그리도 급한지 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발걸음을 돌리곤 했다. 예수님 앞에 고요히 머문다.
서둘러 집에 가야 별것도 없는데 바쁜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듯 서두르는 이런 사소한 행동조차 어느 땐 누구에게 보이려고 사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행동의 여러 가지 기준이 다른 이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나다. 많은 시간을 거의 무의식으로 행동하고 있다. 감정을 드러낼 줄도 모르고 내 감정이 무엇인지 읽어내지도 못한다. 그래서 기분이 좋고 나쁨이 판단의 기준이 되곤 한다.
미사 중이나 기도하면서 하느님 앞에서 드린 이런저런 결심을 잘도 잊어버리고 산다. 그분 앞에서 그 순간 내가 어떤 모습일지 되새기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음을 떠올리니 마음이 착잡했다.
오늘 복음이 말하듯 이 집은 견고하고 저 집이 무너지는 것은 벽이 강함이나 약함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며 기초가 잘 되어 있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다. 어느 위치에 둘 것인가 하는 선택에 달려 있다.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바위’를 선택한다는 것은 인간이 되신 말씀, 행위가 되신 말씀, 하느님의 사랑이신 말씀에 자신을 맡기면서 실천으로 응답을 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양요(수원교구 성남동 천주교회)

- 희망에게 -

하얀 눈을 천상의 시(詩)처럼 이고 섰는
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답답하고 목마를 때 깎아먹는
한 조각 무우맛 같은 신선함

당신은 내게
잃었던 꿈을 찾아 줍니다
다정한 눈길을 주지 못한 나의 일상(日常)에
새 옷을 입혀 줍니다

남이 내게 준 고통과 근심
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 속에도
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 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 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으로
또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했음을 용서하세요
새해엔 더욱 청청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 이해인의 詩중에서 -


님을 초대합니다

† 【 안나의 묵상나누기 】 †

† 글을 쓴다는 것 †

"나더러 '주님, 주님' 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마태오 7,21]

언제 들어도 가슴이 철컥 내려앉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기뻐도
주님! 슬퍼도 주님! 주님, 주님만을 찾았는데요/주님께서 앗!!
를 앗! 를 모른다고 하시면 어쩌나/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것인가를 알고 싶습니다.

나는 하느님 앞에서 얼마나 많이 뜻도 없는 말을, 제대로
행하지도 못할 말들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묵상 글을 올리신 김양요 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앗!저도

하느님 앞에서 얼마나 많이 뜻도 없는 글을,
제대로 행하지도 못할 글들을 쓰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나 공감이 가니...첫 줄에서 더 읽어내려 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습니다. 하느님께 말씀을 드리는 묵상 글을 써내려가다보면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앗!나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것들을
끌어 내어 자신을 표현하면서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게된답니다.

앗! 제가 써내려가는 글은 그저 204호 아지매가 304호 아저씨와
아짐에게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글입니다.풍부한 지식이 들어있는
글도 아닙니다. 그저 중년의 아짐이가 『야곱의 우물』물동이에
빠져서 그 묵상 글과 함께 삶을 나눠가는 것입니다.

묵상 글을 쓴 이가 이렇게, 저렇게 하느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앗! 저는 그래요↗,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면서 우물가에
모여든 아지매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나누듯이 그렇게 나눕니다.

수다스러븐 아지매가 이국 땅에서 하느님과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그 글 속에 나는 마음을 싣습니다. 가끔은
안나의 눈물과 콧물을 양념으로 치면서 기도도 싣습니다. *^^*

뜻없는 말이 되지않기를 위해서,제대로 행하지도 못할 말이 되지
않기를 위해서 수없이 성호를 그으면서 또닥또닥 글자를 쳐내려
갑니다. 말을 하는 것입니다...

하하,우물가에서 이야기하는 아지매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
사람은 아들 이야기를 하는데, 어느 사람은 시어머님 이야기를..
먹고 사는 이야기를 하는데,뚱단지같이 다른 이야기를 꺼냅니다.
조금은 샛길로 나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똑같은 사물이라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앗! 제가 써내려가는 이야기도 어느 때는 묵상글에서 많이 벗어
나갑니다. 한 대목만 가지고 조잘거릴 때도 많습니다. 그러면서
안나는 앗! 나의 과거도 바라보았고, 앗! 나의 현재도 직시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안나의 미래를 바라 볼 수 있는 눈이
뜨여지게 된 것입니다.

어느 날은 한 줄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맘에 드는 곡
하나를 찾으러 하루 종일 인터넷 바다를 헤엄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정성을 쏟으면서 안나는 하느님께로 가까이 가는 연습과
함께 글을 써내려 가는 것입니다. 글에다 마음을 실어서 이야기
를 하는 것입니다.문명의 이기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싶습니다.

바램이 있다면 그 누군가가 또 삶의 한 켠을 나누면서 어어지는
묵상 글을 써주기를 늘 바라는 마음입니다.묵상글로 돌아갑니다.

오늘 복음이 말하듯 이 집은 견고하고 저 집이 무너지는 것은
벽이 강함이나 약함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며
기초가 잘 되어 있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다.
어느 위치에 둘 것인가 하는 선택에 달려 있다.


제 옆에는 선풍기처럼 돌아가는 전기히터가 있습니다. 밑바닥에
센서가 달려 있어서 위치가 조금만 어긋나있어도 히터는 돌아가
지 않습니다. 바닥이 카페트이다보니 조금만 수평이 안맞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위치를 잘 잡아야합니다. ^_ _ _^

비가 내려 큰물이 밀려오고 또 바람이 불어 들이쳐도
무너지지 않는 곳에 위치를 둘 것인가,[마태오 7,25]

비가 내려 큰물이 밀려오고 또 바람이 불어 들이치면
여지없이 무너지는 모래 위에 위치를 둘 것인가.[마태오 7,27]

오늘 빗소리를 음악에 실었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생각합니다.
내가 잡은 위치가 작은 홍수에도 그만 무너져버리는 그러한 곳은
아닌가, 과연 내가 위치한 곳은 어딘가. 그러나 힘을 얻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바위'를 선택한다는 것은 인간이 되신 말씀,
행위가 되신 말씀, 하느님의 사랑이신 말씀에 자신을 맡기면서
실천으로 응답을 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묵상 글의 마지막 글귀를 제 가슴에 새겨넣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선택하여 그 위에 내 사는 위치를 정하였기에 두렵지 않습니다.

[시편 144,1-2]
나의 반석, 야훼여, 찬미 받으소서...
나의 사랑, 나의 보루, 나의 요새, 나의 방패, 나의 은신처...

[1고린토 10,4]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꼭 기억해 두셔야 하겠습니다.
모세 때에 우리 조상들은 구름의 인도를 받았고 모두가 홍해를 무사히 건
넜습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모두 구름과 바다속에서 세례를 받아 모세의
사람들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영적 양식을 먹었고, 또
똑같은 영적 음료를 마셨습니다. 그들의 동반자인 영적 바위에서 나오는
물을 마셨다는 말입니다. 그 바위는 곧 그리스도였습니다.

오늘 이곳은 비가 옵니다. 인터넷으로도 빗소리가 들리고 창 밖에도
비가 옵니다. 참으로 운치가 있는 초겨울 아침입니다.벗들에게 드리
는 이 음악이 마음에 드시는 아침이 되기를 바라면서...어서어서!!!
오늘 묵상 글을 올리고 비를 맞으며, 비를 즐기며 정오미사를 다녀
오겠습니다. 머물다가는 모든 벗 님들에게 하느님의 평화를 빕니다.


안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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