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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아이러브 스쿨~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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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4-23 ㅣ No.8400

아이러브 스쿨 - #18

 

 

다음날부터 연수는 내가 연수네 동네를 갈때쯤이면 언제나 문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싫지는 않았지만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나오지

말라고 말했지만 그럴때마다 연수는 늘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괜찮아... 내 걱정은 하지 마... 오늘은 이렇게 안춥게 입고 나왔잖아"

 

사실 연수네 동네를 갈때쯤이면 나는 괜히 연수가 나와있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수는 늘 같은 시간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연수가 어떻게 내가 신문을 돌리는지 알았는가는 알지 못했습니다.

자꾸만 6반 주장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그 아이가 말한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가만두지 않을겁니다.

 

어느덧 신문 배달을 시작한지도 한달이 다 되어갔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어렵고 힘들었

지만 이제는 숙달되어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연수까지 매일 새벽마다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새벽 신문배달을 마치고 보급소로 돌아왔습니다. 책상 앞에서 뭔가를 정리하시던 소장님이

나를 부르셨습니다.

 

        "민우야..."

         

        "네?"

         

        "그동안 고생 많았지?"

         

        "아뇨... 고생은요 뭐..."

         

        "녀석. 나이도 어린것이..."

 

소장님께서 제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어깨를 툭툭 쳐 주셨습니다.

 

        "자... 받거라. 한달동안 수고했다"

         

        "네? 이게 뭐예요?"

         

        "뭐긴 이놈아... 이게 월급이라는 거다..."

         

        "네? 월급이요?"

 

나는 날아갈것 같이 기뻤습니다.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는 처음으로 월급이란걸

받게 된것입니다. 누런 봉투앞에 한민우라고 내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특별히 너한테는 조금 더 넣었으니까 다른 사람들 한테는 말하지 마라...

        알았지?"

         

        "네... 감사합니다..."

 

나는 월급봉투를 받아들고 보급소를 나왔습니다. 아직 해가뜨기 전이라서 어둑어둑한

골목에서 나는 야호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습니다. 이 봉투를 들고 연수에게 달려가서

어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나는 길을 걸어가면서 봉투에 들어있는 돈을 세고 세고 또 세었습니다. 이제 이 돈으로

엄마를 기쁘시게 해드릴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은경이도 연필 한 다스는 사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

 

나는 학교앞을 그동안 지나다니면서 월급을 받으면 연수에게 사줘야 겠다고 생각한 예쁜

머리핀을 보아두었습니다. 아마 연수가 한다면 아주 이쁠것 같은 머리핀이 하나 있었

습니다. 나는 바로 학교앞 문방구로 달려갔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방구는 아직

열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문방구 앞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렸습니다. 어스름 해가 떠오르고 골목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는데도 아직 문방구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제법 골목에 사람들도

다니기 시작하고 아침일찍 회사로 출근하시는 아저씨들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문방구는

아직 열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문방구 문앞을 닫아놓은 철문을 두드려 볼까 했지만 그만 두었습니다. 반쯤 열린

문방구 문틈 사이로 연수에게 사주려고 생각했던 머리핀이 보였습니다.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문방구 문이 열렸습니다. 나는 문이 열리자 마자 문방구

안으로 들어가서 그 머리핀을 보았습니다.

남자가 머리핀을 고르는것이 조금 창피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걸 연수가 받고 좋아할것을

생각하니 조금 창피한것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줌마 이거 얼마예요?"

         

        "50원이다"

 

아침잠이 덜깬 문방구 주인 아주머니가 부시시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 보십니다.

나는 봉투에서 50원짜리 동전을 꺼내서 아주머니에게 드렸습니다. 문방구 문을 나와서

머리핀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갑자기 나는 하나가 너무 적은것 같이 생각되었습니다.

 

        "아줌마. 이거 하나만 더 주세요..."

 

그리고 은경이에게 줄 연필도 같이 샀습니다. 만화 여자주인공이 그려져 있는 연필

이었습니다.

나는 같은 머리핀을 2개사서 주머니 깊은곳에 찔러 넣었고는 집까지 한걸음에 달려

내려갔습니다. 이제 내일 새벽에 연수를 만나서 이 머리핀을 줘야 겠습니다.

그런데 연수가 좋아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요...

 

        "아침부터 어딜 갔다오니?"

         

        "누렁이랑 동산에좀 올라갔다 왔어요..."

 

집에 들어오자 부엌에서 엄마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늘은 내가 문방구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오는 바람에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많이 늦어 엄마가 일어나계신것을 깜빡했습니다.

잘못하면 엄마에게 들킬뻔 했습니다. 나는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가서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머리핀을 살짝 꺼내보았습니다. 꽃 모양이 끝에 달려있는 그런 머리핀이었습니다.

나는 책상위에 머리핀을 두개 가지런히 놓아두고 머리핀을 포장할 종이를 이리저리

찾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은경이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습니다. 나는 급하게 머리핀을

주머니속에 숨겼습니다.

 

        "오빠, 엄마가 밥먹으러 오래... 그런데 뭐야? 뭐 그렇게 숨겨?"

         

        "아냐... 숨기긴 뭐... 가자... 밥 먹으러..."

 

밥을 먹으면서도 내내 주머니속에 머리핀이 자꾸만 신경에 쓰였습니다.

 

나는 점심때가 되어서야 겨우 집에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하고 연수에게 줄 머리핀을

포장했습니다. 이제 내일 새벽에 연수에게 줄 일만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연수가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 계속 걱정이 됩니다.

 

문밖에 혼자 누워있는 누렁이에게 갔습니다. 누렁이가 졸린지 땅바닥에 엎드려 사람이

지나가도 모른척 누워있습니다.

 

        "누렁아... 그런데 왜 이렇게 자꾸 떨리지? 그런데 연수가 이런거 싫어하면

        어떻게 할까?"

 

누렁이는 커다란 눈만 멀뚱멀뚱 뜬채로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이런건 시시하다고 하면 어쩌지? 다른걸 살걸 그랬나?"

 

이번엔 누렁이하 하품을 늘어지게 합니다. 누렁이도 이런 내 마음은 잘 모르나 봅니다.

 

나는 엄마에게 드릴 돈을 신문지에 둘둘 말고 그 안에 조그맣게 편지를 써서 엄마가

밖에 나가고 안계신 틈에 이불장 속에 넣어 두었습니다. 아마도 엄마가 이 돈을 발견하시면

깜짝 놀라시겠죠? 이젠 내가 엄마를 도와드릴 수 있다는것이 참 기분 좋습니다.

 

다음날 새벽 나는 일찍 신문 보급소로 달려나갔습니다. 주머니엔 연수에게 줄 선물이

들어있습니다.

호호 입에서 나오는 입김을 크게 불어가며 이집 저집 신문을 돌렸습니다. 주머니속에

있는 머리핀을 계속 손으로 만지작 거렸습니다.

연수네 동네에 들어왔습니다. 살며시 연수네 집앞을 보았습니다. 역시 오늘도 연수가

자기 집 대문앞에 쭈그리고 앉아있습니다.

연수가 나를 먼저 알아보고 환하게 웃습니다.

 

        "안녕? 오늘은 좀 일찍 왔네?"

         

        "응... 이젠 익숙해져서 금방 올 수 있어..."

         

        "많이 춥지? 이거 하나 먹어..."

         

연수가 주머니 춤에서 뭔가를 꺼내서 나에게 주었습니다.

 

        "이게 뭐야?"

         

        "군고구마.. 따뜻할때 먹어..."

         

        "야... 정말 아직 따뜻하네?"

         

        "응. 품안에 안고 있어서 따뜻할꺼야... 어서 먹어..."

         

        "연수 너는? 너는 안먹어?"

         

        "나는 많이 먹어서 안먹어두 돼..."

         

        "그러지 말구 우리 이거 같이 나눠 먹자"

 

우리는 연수네 대문 앞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나는 신문 꾸러미를 한쪽에 놓고 연수와

함께 군고구마를 껍질을 벗겨가며 먹었습니다.

 

        "야... 참 맛있다..."

         

        "그래? 많이 먹어..."

         

        "연수 너두 먹어..."

 

자꾸만 주머니속에 있는 머리핀이 생각났습니다. 어서 이걸 줘야 할텐데...

나는 군고구마를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머리핀을

꺼내려고 손을 집어넣었지만 선뜻 연수에게 머리핀을 주기가 힘들었습니다.

 

        "저... 연수야..."

         

        "응? 왜?"

         

        "이거...."

         

나는 주머니에서 머리핀을 꺼내서 연수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머리핀을 들고있는 손이

떨렸습니다.

 

        "이게 뭐야?"

         

        "응... 그냥 선물이야..."

         

        "선물?"

 

연수가 포장지를 풀어보더니 깜짝 놀라는 얼굴이 되었습니다.

 

        "어머... 너무 이쁘다..."

         

        "정말?"

         

        "응... 나두 이거 가지고 싶었었는데..."

         

        "잘됐다. 정말..."

 

연수는 내가 준 머리핀을 손에 들고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덩달아서 나도 많이 기쁩니다.

연수가 좋아해서 다행입니다. 나는 긁적긁적 머리를 긁었습니다.

 

        "너무 고마워... 이거 매일 하구 다닐께..."

         

        "그래... 알았어..."

 

연수가 좋아하는 모습을 봐서 정말 다행입니다. 머리핀을 꽂은 연수가 참 이뻐보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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