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성당 게시판
시험이 끝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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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의 반 배치고사가 끝나고 잠시 들렀습니다. 몇 가지 글들 중에 경훈 형의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이 눈에 띄는 군요. 저희 집에 그 사람의 시집이 있거든요. 전에 제가 ’고3 피정을 다녀와서’란 글에 올렸던 시인데 다시 읽어도 참 좋더군요. 오늘은 여러분에게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아마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읽으신 분들이라면 아실겁니다.
한 번에 하나
우리의 친구 하나가 환혼이 물들어 갈 무렵에 멕시코의 한적한 해변을 거닐고 있었다. 그런데 맞은편 에서도 어떤 노인이 혼자서 걸어오고 있었다. 둘 사이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우리의 친구는 노인이 연신 몸을 숙여 모래밭에서 뭔가를 주워서 바닷속으로 던지는 걸 볼 수 있었다. 더 가까이 가서 보니 노인은 방금 파도에 휩쓸려 해변으로 올라온 불가사리들을 한 마리씩 주워 물 속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놀란 우리의 친구는 노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안녕하시오. 노인장, 지금 뭘하고 있는 겁니까?" 멕시코 노인이 대답했다. "불가사리들을 바닷속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소, 지금은 썰물이라서, 해변으로 쏠려 올라온 이 불가사리들은 햇볕에 말라서 죽고 말지요." 우리의 친구가 말했다. "그건 저도 압니다만, 이 해변엔 수천 마리가 넘는 불가사리들이 널려 있습니다. 그것들을 전부 바다로 되돌려 보내겠다는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당신은 미처 생각을 못 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 멕시코 해변안에 있는 수백 개의 해변에서 매일같이 수많은 불가사리들이 파도에 휩쓸려 올라와 모래밭에서 말라 죽지요. 당신이 이런다고 해서 무슨 차이가 있겠소?" 멕시코 원주민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몸을 굽혀 불가사리 한 마리를 집어 올렸다. 그는 그것을 멀리 바닷속으로 되돌려 보내면서 말했다. "지금 저 한 마리에게는 큰 차이가 있지요."
단 한 마리라도 살리려는 원주민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녁에 미사 때 뵙죠. 이만 안녕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