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성당 게시판

음-, 가을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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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 [B612-J] 쪽지 캡슐

1999-10-13 ㅣ No.603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 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오늘 낮 사소한 일로 직장의 동료를 서운하게 해준 일이 마음에 걸린다. 지금은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燈下에서 주소록을 펼쳐 들고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이 시대 이 공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연줄로 맺어져 서로가 믿고 기대면서 살아가는 인간임을 알게 된다. 낮 동안은 바다 위의 섬처럼 저마다 따로따로 떨어져 있던 우리가 귀소의 시각에는 같은 대지에 뿌리 박힌 肢體(지체)임을 비로소 알아차린다.

...중략...

우리는 미워하고 싸우기 위해 마주친 원수가 아니라, 서로 의지해 사랑하려고 아득한 옛적부터 찾아서 만난 사람들인 것이다.

사람이 산다는 게 뭘까? 잡힐 듯하면서도 막막한 물음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일은, 태어난 것은 언젠가 한번은 죽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 생자필멸, 회자정리, 그런 것인 줄은 번히 알면서도 노상 아쉽고 서운하게 들리는 말이다. 내 차례는 언제 어디서일까 하고 생각하면 순간순간을 아무렇게나 허투루 살고 싶지 않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 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아무게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두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해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中...

 

음... 꽤 장문이죠! 죄송~ 읽느라 고생하셨네요.

제가 가끔씩 특히 이맘때쯤이면 다시금 읽곤 하는 책이랍니다.

글쎄요, 이 글이 각자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는 여러분들이 지금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죠?

...

처음 무엇을 하고자 했을 때의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흔들림을 알고 힘들어 하는 사람, 또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에 대한 의심, 사랑할 수록 더욱 외로워지는 모순...

...

모든 것을 달관한 자세로 사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는 어려운 일이죠~

저 또한 때로는 집착하게 되고 소유하려 들곤 하니깐~ ^^ 오늘 미수기가 꽤 진지하죠? 하나두 안 진지해요~ ^^

필호야! 잘은 모르지만 모든 사랑하는 연인(?)들이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를 겪고 있는 것 같군. 경험이 없어서리^^; 조언은 못해주고 힘내! 진실은 결국은 통하게 되는거니깐!

글구, 재성군! 늘 생각하구 하는 얘기지만, 잘 해내리라 믿는다.

...쭌! 음... 우리에겐 늘 새로운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 있지마! 무한한 가능성두.

마지막으로 우리 사랑스러운 초등선생님들!

혹 시름시름 속으로 앓고 있는 것이 있다면 우리 조금씩 나누자구요.

요즘 시험기간일텐데 시험 잘보구 찐하게 한잔하자구요!!!

그리구 떠나는 게절이라고도 하는 가을은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는 가을이기도 하다는 거...

 

모두 figh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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