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시가 있는 마을

인쇄

임성희 [cycramen] 쪽지 캡슐

2002-07-18 ㅣ No.3753

 

 

         집으로 가는 길

 

                                신경림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석양 비낀 산길을.

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를 묻으면서.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콧노래 부르는 것도 좋을 게다.

 

지나고 보면 한결같이 빛 바랜 수채화 같은 것.

거리를 메우고 도시에 넘치던 함성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굳게 잡았던 손들도.

모두가 살갗에 묻은 가벼운 티끌 같은 것,

 

수백 밤을 눈물로 새운 아픔도,

가슴에 피로 새긴 증오도.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그것들 모두

땅거미 속에 묻으면서.

 

내가 스쳐온 모든 것들을 묻으면서,

마침내 나 스스로 그 속에 묻히면서.

집으로 가는 석양 비낀 산길을.

 

                        

더운 날씨에 아픔도, 증오도, 나 자신초차도 땅거미 속에 묻는다면 우린 무척 가벼워지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족이 있는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욕심을 조금 버리면 우리는 금방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



5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