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2동성당 게시판

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9.10.11

인쇄

반수미 [lusia0502] 쪽지 캡슐

2001-01-05 ㅣ No.4082

 

[ 황산테러 6살 태완이, 49일간의 아름다운시간 9]

 

매일 큰애와 통화를 한다.

흐르는 눈물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동생 다 나을 때까지

참고 지내라고 얘길 한다.

울먹이는 목소리는 그 애나 나나 다를 바 가 없다.

전활 끊고 돌아서는데, 완이가 묻는다.

’엄마, 왜 우는데......’

’그냥 태완이가 아파서 ,엄마 마음이 너무 속상해서 울지’. 짧은 대답을 한다.

’엄마 울지 마라. 내-에 괜찮다.’

아이는 괜찮다고 한다. 혀 짧은 소리로...

우리형아 보고 싶다고 한다.

엄마가’ 데려 올까’ 하고 물으니 아이는 ,

대답이 없다.

많이 보고 싶을 꺼야.

매일 밤 ,장난치며 놀던 엉아인데... 얼마나 보고 싶을까?

..... ....

아이의 몸이 점점 참 흑해 져 간다. 열이 심하게 오르내리고,

몸 이곳 저곳이 쓰리고 아파 오나보다. 짜증이 심해져 간다.

냉찜질로는 해열이 어려워 해열제를 주사해야 한다.

다른 주사는 링겔 관을 통해 하면 되는데, 해열 주산 엉덩이에 맞아야 한다.

40도가 오르내리는 체온을 내리기 위해

하루에도 두 번씩 해열을 위한 주사를 맞아야 하니....

처음엔 나쁜 아저씨 ,용서해 주라 더니 잡아서 혼내 주라고 한다.

어젓하고 마음 깊은 아이가 사람에 대한 미움을 가졌나 보다.

상처의 고통이 심하게 느껴 지나보다.

눈이 쓰리고 따갑다고 운다.

아이가 어떻게 견딜까.

어떻게 견딜까

’태완아 울면 눈이 더 따가우니까 울지마’

작고 가여운 아이, 우는 것도 마음 데로 못하게 한다.

아이가 흐느낀다. 엄마의 마음도 미어진다.

’태완아 마음 편히 가져, 그럼 좀 나아진다.’

-엄마는 바보 같은 엄마는 어른에게나 함직한 말을 아이에게 한다.

아이가 맘 편히 가진다 는게 뭔지 알까?

아이는 엄마와 함께 있기를 원한다,

주사를 맞을 때나, 치료 할 때, 혈관이 없어 가슴 한 쪽에 구멍을 뚫어 약 액을 투입하기 위한 관이 빠져 마취도 없이

또 다른 구멍을 내야 할 때도....

엄마는 달아나고 싶다. 내 펼쳐진 눈앞에서 멀리...

 

4-5명이 아이의 사지를 붙들고 바늘로 관을 고정시킨다.

쬐끄만 그 몸에서 얼마나 강한 힘이 나오는지 ,모두들 진땀을 뺀다.

그 일이 끝나면 아이는 기진 해 깊은 잠에 빠져든다.

 

그때가 아이에겐 행복한 시간이리라.

 

아빠의 엄마의 존재를 확인한다.

작은 손을 꼭 잡고 태완아 조금만 참아 ,조금만 참아....

두려웠으리라.

엄마가 옆에 있은들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다는 걸 그 애는 알까?

 

태완: ’엄마 .그거 아나. 뜨거우니까 옷이 저절로 찢어지더라.’

 

’ 태완아 그거 알겠더나. ’엄마가 철렁거리는 가슴을 안고 말한다.

 

태완:’응, 뜨거워서 옷이 조금 찢어 졌는데, 집으로 올려 고 하니까 점점 더 찢어지더라.’

’잘 안보여서 신발 하나 벗겨져서 하나는 들고 밑으로 내려 왔다.’

 

아이는 일순간 뿌옇게 변해버린 눈앞의 세상을 아랑곳 않고

 

집으로 오기 위해 허우적 거리며 골목길을 내려 왔나보다.

 

아이는 황산을 황산인 줄을 모른다.

그저 뜨거운 물로만 생각을 한다.

 

뜨거워서... 뜨거운 물이... 잠시라도 아이가 그 물이 무서운 황산 이었다는걸 안다면....

까만 봉지... 골목에서 본 사람.

.................

 

아이는 몸에 고통이 더해 갈수록 엉아를 찾는다.

보고 싶은 엉아야, 우리 엉아야.....

 

아홉번째

 

 

[ 황산테러 6살 태완이,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10]

 

밖엔 비가 온다.

아이가, ’엄마 ,비가 오시나’라고 묻는다.

아이는 왜 비를 오신다고 할까 ,누가 그렇게 얘기 한 적이 없는데...

아이의 닫혀진 시각에 청각은 예민해 졌다.

빗소리 가 고요하다.

 

침대에 뉘어진 아이의 키가 부쩍 커버린 것 같다.

의사 분들도 ’태완이가 많이 큰 것 같아요’ 하신다.

엄마는,

’우리 태완이 많이 커서 집에 있는 옷 못 입겠네’

’발도 많이 커서 운동화도 작겠네’

아이가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

’다 나아서 집에 갈 때 뭐 입고 가’ 하고 걱정한다.

엄마는 ’새 옷을 사주마’ 고 한다.

아이는 허리끈을 맬 수 있는 옷을 사 달랜다.

아빠처럼 그런 옷.... 양복 같은.... 아이는 새 옷을 입어 보질 못했다.

형아가 입다 작아진 ..... 물려받은 옷 뿐 이다.

멋있게 잘 어울리는 양복을 사주고 싶다.

 

집에 있는 형아 눈치가 보이는지, 우리 형아는 어떻게 하냐고 한다.

엄마는 형아는 3학년 올라 갈 때 사줬으니

지금은 태완이 만 사도 된다고 한다.

아이는 운동화 얘기도 꺼낸다.

엄마는 운동화도 옷도 태완이가 사고 싶은 건 뭐든지 다 사주마 고 약속한다.

아이는 ’골드런’ 운동화를 갖고 싶다고 한다.

 

지난 해 (98)겨울 태완이는 골드런 로봇이 갖고 싶어 산타할아버지께 소원도 빌었었다.

하지만 산타 할아버진 ,

골드런 로봇이 다 팔려서 못 주신다는 내용으로 용돈을 넣어

형아랑 태완이 앞으로 편지를 대신 했다.

 

 

아이는 그때 엄마한테 3000원 주고 장난감 사도 되냐고 묻곤

’작은 로봇을 사왔었다.

두 형제가 많이많이 갖고 싶어했었다, 골드런 로봇을...

 

불현듯 아이가 형 아 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고 한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어선 시각이다.

지금은 형아가 자고 있어 좀있다 해야 한다고 하니

울면서 자꾸만 전화를 걸 랜다.

조금 ,조금 하다 6시가 넘자 큰애에게 전활 걸었다.

잠 속에 있던 큰애가 누군지 분간도 못 한다.

"엉아야, 내 태완이다."

.......

"엄마 엉아야 말 안 한다."

엄마는 속이 다탄다.

전화를 바꿔 들고,

’태우야 정신차려 ,나가서 세수하고 와, 엄마 다시 전화 할 테니 잠깨서 있어 ,응?’.

큰애가 대답을 하곤 전화를 끊는다.

아이가 자꾸만 보챈다. 형아에게 전화를....

 

’태우야 ,태완이 바꿔 줄게’

......

"엉아야, 엉아야."

"..... ...."

’태우야, 태완이 에게 말 크게 해라.’

아이는 엉아에게 골드런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한다.

엉아는 울음 가득 찬 소리를 참고,

동생에게 골드런 을 불러 준다.

 

’무지개 다리 놓고 가고 싶어도,

지금은 갈 수 없는 저 먼 우주는

아름답고 신비한 별 들의 고향,

우리들이 꿈꾸는 미지의 세계........

 

아이가 형아랑 통화를 하며 집에서 못다 배운 ’쎤가드 ’만화 주제곡을 배운다.

형아 목소리가 떨린다.

울음섞인 목소리는 눈물에 젖어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눈물에 젖어....

 

[ 황산테러 6살 태완이,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 11 ]

 

`~무지개 다리 놓고 가고~ 싶어도 ~

 

지금은 갈 수 없는 저 먼 우주는

 

아름답고 신비한 별 들의 고향 ,

 

우리들이 꿈 꾸는 미지의 세계 ~~

 

아이는 형아랑 전화로 노래를 부른다.

썬 가드, 우주용사...

지금은 그 애의 얘기가 되어버린 듯 ...

저 먼 우주에 가 있는 내 귀여운 영혼...

 

밝고 카랑카랑한 소리가 병실을 울린다.

밖이 뿌옇게 밝아 온다.

"엉아야 나 나아서 집에 갈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태우가 대답을 하나보다.

 

작은 아이가 어렵게 얘길 한다.

"형아야, 나 엄마가 골드런 신발 사준다 하는데 내만 사도 되나"

 

엄마는 또 숨이 ’헉’ 하니 막힌다.

큰애는 동생 말을 잘 못 알아듣겠다고 한다.

엄마는 그것도 속이 상하다.

어렵게 나오는 말이 형아 귀에는 잘 안 들리나 보다.

아이가 하는 말을 엄마는 옆에서 큰 소리로 반복한다.

저 넘어 큰애가 잘 들으라고....

 

"엄마, 엉아가 나 혼자 사도 된데"

"응, 형아야가 사라고 하더나."

어떻게 두 아이의 전화가 끝이 났는지....

 

아이는 이내 깊은 잠으로 들었다.

 

치료로 드러난 아이는 차마 두 눈으로 볼 수가 없다.

저 아이가 세상 험난한 파도를 헤쳐 나 갈 수 있을까?

 

엄마는 병원건물 내에 마련된 법당을 찾았다.

부처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너 어서 와라’ 하시는 것만 같았다.

’너 마음 다 알고 있다.’

..... .... .....

 

108배를 올리고 나니 가슴에 멍울이 눈물로 넘친다.

내가 가진 죄로 인해 가져야 하는 아이의 고통이...

난 무슨 죄를 지었나?

내 아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 알 수가 없었다.

 

’부처님 ,저의 업이라면 제가 받아야지, 왜 저 아이 입니까...

 

’아이를 살려 달라’는 기도가 ....

 

매어 달리고 싶은 그 간절함을 밖으로 낼 수가 없다 .

그냥 아이를 편하게...,

아이를 편하게 ,

아이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

 

그런 마음만 가질 뿐,

그 외엔 아무런 욕심을 가질 수가.....

 

열 한번째



3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