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삭풍과 눈보라를 이기고
수백 년의 역사를 지켜보며
침묵과 정적 속에서
반도의 지붕 소백산 정상에서
만난 그대 경외(敬畏)심에 말을 잊는구나
태초에는 반도의 평야
기름진땅에 살다가
약육강식의 치열한
생존경쟁과 해충을 피해
척박한 고지대로 이주하여
따뜻한 햇빛과 바람을 포기하고
시리고 무거운 눈을 이고 있구나
수백 년을 버티기 위해
한쪽 몸을 썩이면서 자신을 비우며
인간에게 소유와 집착과 욕심을 버리라는 것을
너는 침묵의 웅변으로 말하고 있구나